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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배민’ 딜리버루 증시 입성
기업가치 12조, 런던증시 최대

팬데믹 영향 ‘긱이코노미’ 주목
봉쇄완화땐 성장세 유지 미지수
인건비 등 넘어야할 산도 많아

세계 각국의 온라인 음식배달업체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장기화에 따른 수요 급증에 힘입어 주식시장에서 ‘잭팟’을 터뜨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의 ‘도어대시(Doordash)’에 이어 이번에는 아마존의 투자를 받은 영국의 ‘딜리버루(Deliveroo)’가 31일 증시에 입성, 12조 원에 가까운 기업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런던 증시에서 최근 10년 새 최대 규모다. 하지만 최근 영국을 포함한 유럽에서 온라인 플랫폼 소속 운전자나 배달원을 자영업자가 아닌 ‘근로자’로 분류해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오는 등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따라 봉쇄가 완화되면 배달 서비스 시장이 성장세를 유지하지 못하리란 예측도 나온다. 이 때문에 딜리버루의 상장가와 향후 주가 흐름이 팬데믹을 먹고 자라난 ‘긱 이코노미’의 미래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30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상장을 하루 앞둔 이날 딜리버루의 기업가치는 76억 파운드(약 11조8491억 원)로 예측됐다. 팬데믹 장기화에 따라 전 세계에서 딜리버루 이용자는 월평균 6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2013년 설립된 딜리버루는 현재 12개국에서 10만 명 넘는 배달원을 고용하고 있으며,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이 최대주주다. 리시 수낙 영국 재무장관은 딜리버루의 상장을 두고 “진정한 영국 기술의 성공 사례”라며 환영했다.

하지만 딜리버루의 기업가치는 애초 최대 88억 파운드(13조7000억 원)에 비하면 하향된 것이다.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기 전 뉴욕증시에 상장해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는 규모의 자금을 조달한 미국 도어대시와 비교해도 투자 열기가 시들하다. 여기에는 음식배달 서비스의 미래에 대한 암울한 전망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봉쇄조치가 점차 완화되면 배달 서비스 수요도 줄어들 수 있다는 것. 또 배달원들에 대한 저임금을 바탕으로 설계된 사업 구조도 각국에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영국독립노동조합에 따르면 딜리버루 배달원 3분의 1은 1시간에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8.71파운드 이하를 받고 일한다. 이에 노조는 다음 달 7일 전국 단위 파업도 계획하고 있다. 영국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플랫폼 노동자들의 법적 지위에 대한 논의가 가속화하고 있어 플랫폼 기업들이 인건비 상승에 따른 수익구조 악화에 직면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올해 들어 긱 이코노미에 대한 정부 차원의 검열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며 “딜리버루 상장은 이들 기업이 시험대에 들었음을 상징한다”고 했다.

장서우 기자 suw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