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심성 재난지원금이 초래할 재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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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코로나 피해 올바른 인식 없이
1년 만에 추경 5회 지원금 4회
3분의 1만 실제 피해업체 지급

일관성 없이 선거용 선물 변질
이래선 소상공인도 못 살리고
몇 달 지나면 또 추경 나설 것

4차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을 위한 14조9000억 원 규모의 2021년 추가경정예산안이 지난 25일 국회를 통과했다. 259명이 투표해 242명이 찬성했으니 상당수 야당 의원도 찬성한 셈이다. 재·보궐선거를 앞둔 시점이라 반대하기 어려운 심정이야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유례를 찾기 힘든 12개월 동안 4번의 재난지원금 지급과 5 번의 추경을 졸속 처리한 데 대한 책임에서 야당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이번 추경과 재난지원금에 대해 꼭 지적할 것은, 여·야·정 할 것 없이 코로나19 재난의 피해 규모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없다는 점이다. 2020년 경제성장률은 -1.0%였고 전년에는 2.0%였으니, 코로나19로 인해 성장률이 3%포인트 떨어졌다는 말이다. 경제 규모를 약 1900조 원으로 치면 코로나 때문에 약 57조 원의 부가가치가 사라졌다. 매출액 대비 부가가치 비율을 30%로 잡으면 매출은 190조 원 이상이 사라진 셈이다. 부가가치율을 20%로 잡으면 매출 피해는 이보다 훨씬 더 크다.

문제는, 이번 코로나19 재난 피해가 일부 업종에 집중돼 나타났다는 점이다. 업종별로 보면, 성장률 타격이 가장 컸던 업종은 △예술스포츠서비스업(-27.7%) △운수업(-15.7%) △숙박음식업(-16.6%) △기타 서비스업(-6.5%) △농림어업(-3.4%) 및 교육업(-2.4%)이다. 2019년 8.7% 성장에서 2020년 1.2%로 7.5%포인트 추락한 의료 서비스 업종의 피해도 큰 셈이다. 이들 7개 업종이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예술스포츠 1.1% △운수업 3.1% △숙박음식업 2.3% △기타 서비스업 1.0% △농림어업 1.6% △교육업 4.9% △의료서비스업 4.6%이므로 합하면 GDP의 18.6%이다.

각 산업의 성장률 추락을 GDP 비중으로 가중평균해 보면 성장률은 약 1.9%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추산된다. 결국,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이 전체 경제 규모 가운데 약 20%(약 380조 원)의 업종에 집중돼 평균 약 10%의 성장률을 침식시킴으로써 부가가치 기준으로 약 38조 원이 삭감된 셈이다. 그런데 이들 7대 업종의 부가가치율을 30%로 잡더라도 코로나19로 인해 매출은 최소한 120조 원 이상이 깎였다.

이런 팩트에 기초해서 분석하면 지금까지 나온 4번의 재난지원금은 너무 빈약하다. 1∼4차 재난지원금 총액은 44조2000억 원이다. 하지만 전 국민에게 지급된 1차 재난지원금 14조3000억 원과 방역예산 5조 원과 긴급고용지원 6조 원 및 저소득층 소득과 돌봄 지원 2조5000억 원 등 27조8000억 원을 빼면 소상공인 등 피해 업체에 실제로 지급된 재난지원금은 16조 원에 불과하다. 소상공인 등이 본 매출 피해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한 셈이다. 재난지원금 총액의 약 3분의 1만이 소상공인 등에게 지급되고 나머지 3분의 2는 코로나 재난과 직접적 상관이 없는 부문에 지급되면서, 실제로 피해를 본 업체에 대한 지원은 형편없이 가벼워졌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재난지원금은 철저히 코로나19 재난 지원에 집중됐어야 했다. 특히, 정부의 방침에 따라 영업이 제한된 경우에는 업종이나 규모의 차별 없이 일관되고 간단한 원칙에 따라 재난지원금이 즉시에, 그리고 규제가 계속되는 기간에 계속해서 지급됐어야 했다. 예컨대, 영업금지 및 영업제한 업종의 경우에는 영업금지제한 기간에 예년 일평균 매출의 일정률을 곱해서 지급됐어야 했다. 만약 감원 없이 고용을 지속하는 경우에는 가산율을 적용해 지급함으로써 해고를 사전에 방지하도록 했어야 했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는 게 확실했던 지난해 9월쯤에는 향후 재난지원금 지급의 규모와 대상과 원칙에 대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이며 장기적인 대책이 나왔어야 했다. 그리고 이것이 2021년도 예산에 충분히 반영됐어야 했다. 그런데도 지난해 9월, 2차 재난지원금이라는 추석 선물과 12월 예비비와 기금을 총동원한 3차 재난지원금이라는 연말 선물을 뿌렸을 뿐 아니라, 채 열흘도 남지 않은 재·보선을 코앞에 둔 3월에는 4차 재난지원금이라는 선물 꾸러미를 푼 것이다. 이렇게 해선 소상공인이 살아나지 못한다. 몇 달 뒤 엉뚱한 곳을 위한 재난지원금용 추경을 또 편성하자고 할 것이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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