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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인구의 1%가 무성애자
3명이 부모가 돼 아이 기르기도

타인과의 직접적인 성적 관계를 꺼리거나 회피하는 무성애자들에 대한 차별 반대 운동이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커밍아웃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고, 세 부모 가정을 꾸려 성애 없이도 자녀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무성애자 아빠’의 사연도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영국 출신 모델 야스민 베누이트는 자신을 무성애자라고 밝힌 후 무성애자들을 향한 차별에 반대하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베누이트는 “아무도 내가 선천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지 않는다는 단순한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사람들은 그저 내가 아직 괜찮은 사람을 찾지 못했다고 여기거나, 동성을 좋아하거나, 심지어 과거에 성적 트라우마가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는 점점 과성애화되고 있다”며 “이는 누군가에게 성적으로 끌리지 않거나 성애화된 삶을 살고 싶지 않은 무성애자들에게 소외감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성애는 누구에게도 성적 끌림을 느끼지 않거나 성생활에 관심이 없는 것을 뜻한다. 무성애자의 상징은 케이크다. 이는 무성애자들이 상대와 성관계를 하는 것보다 케이크를 먹고 함께 이야기를 나눌 때 더 행복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캐나다 브록대 심리학과 교수 앤서니 보개트는 논문을 통해 전 세계 인구의 1%가 무성애자라고 밝힌 바 있다. 무성애자들은 성적 끌림과 연애 감정을 모두 느끼지 못하거나, 성적 끌림은 없으나 성적 욕구는 있는 이들, 성적 끌림은 없지만 연애 감정을 느끼는 이들 등으로 다양하게 나뉜다. 무성애자에게 성적 매력과 낭만적 매력은 구별되는 것이며, 성적 관계를 원하지 않지만 연인과의 친밀하고 따뜻한 관계는 원하는 이들도 있다. 무성애자이자 작가인 안젤라 첸은 “오래된 이성 연인이 있지만, 누군가를 성적으로 매력적이라고 느낀 적이 없다”고 밝혔다. 무성애자이자 유튜버인 다니엘 워커는 동성 연인이 있다. 워커는 “겉으로 보기에 나와 내 친구는 다른 동성애자 커플과 비슷해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나는 성관계를 갖고자 하는 욕구가 없다”고 말했다. 무성애를 종종 독신주의나 금욕적인 삶으로 여기는 이들도 있으나, 무성애자들은 자신의 성적 지향은 종교나 생활방식과 같은 선택의 문제와 다르다고 강조한다.

무성애자들이 성관계와 로맨스 없이도 육아와 가정생활을 하며 만족스러운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도 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12만여 명의 회원을 두고 있는 ‘무성애 가시화·교육 네트워크’(AVEN) 설립자인 데이비드 제이는 2010년부터 친구였던 에이버리 켄트, 제크 하우스파더 커플과 함께 세 부모 가족을 만드는 구상을 했다. 자녀를 원했던 제이가 혼자서 아이를 입양하고 양육할 수도 있었으나, 그가 공동 양육자를 원했기 때문이다. 두 친구가 결혼한 후 제이는 이들과 공동 부모가 되기로 했고, 지난 2017년 딸 타비가 태어났을 때 제이는 출산 수업을 듣고 분만실에서 아이를 맞이했다.

이들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법에 따라 세 부모로 인정받았다. 친밀한 관계만으로도 새로운 가족 형태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 무성애자 아빠가 된 제이는 “데이트와 성에 관여된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외로움에 대한 깊은 두려움이 있다”며 “우리는 앞으로 배울 것이 많다. 1%의 무성애자들이 마음을 열고 앞장설 때”라고 말했다.

정유정 기자 utoo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