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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구마사’ 역사왜곡 논란 중단
‘빈센조’는 중국色 PPL에 뭇매

텐센트 등 中기업 국내투자 확대
‘韓 콘텐츠에 입김’ 우려 커져

‘문화동북공정’ 맞물려 반감확산
방송사, 향후 작품 제작 고심

이미지 크게보기 중국 음식이 등장한 ‘조선구마사’(위 사진)와 ‘빈센조’에 PPL로 배치된 중국식 비빔밥.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연출 신경수·극본 박계옥)가 방송 2회 만에 편성을 철회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과거에도 사극이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적은 있었지만 이토록 극렬하고 조직적으로 반대 여론이 형성된 적은 없었다. 그 저변에는 최근 중국의 ‘문화 동북공정’으로 인한 반중(反中) 정서가 도사리고 있다. 중국어권 수출 및 자본 유치를 위해 중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와 손잡은 국내 방송사, 제작사 등은 ‘양날의 칼’이 돼버린 중국 시장을 놓고 깊은 고심에 빠졌다.

◇중국 자본, 독인가? 득인가?

중국 시장은 지난 2014년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인기와 함께 우경화와 혐한(嫌韓) 분위기 속에 한류 열기가 식은 일본의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2016년 한한령(한류수입제한령)이 발동하며 한국 드라마 수입 및 공연이 전면 금지됐다. 이와 동시에 한류 콘텐츠가 “돈이 된다”고 파악한 중국 자본이 대거 한국으로 이동해 직접 투자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조선구마사’를 제작한 YG스튜디오플렉스의 모회사인 YG엔터테인먼트는 2016년 중국 텐센트로부터 1000억여 원의 투자를 유치했고, 또 다른 기업 상하이펑잉도 YG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또 박계옥 작가는 중국 콘텐츠 제작사 항저우쟈핑픽처스유한공사와 집필 계약을 체결했다. 이 때문에 ‘조선구마사’ 속 역사 왜곡이 “중국 자본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조선구마사’의 친중 의혹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이에 제작사 측은 “중국 자본이 투입된 드라마라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고, 순수 국내 자본으로 제작됐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았다.

텐센트의 경우 YG 외에도 얼마 전 JTBC스튜디오에도 1000억 원을 투자했고 넷마블, 카카오 등의 주요 주주다. 텐센트가 투자한 넷마블은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2대 주주다. 배우 전지현, 주지훈이 출연하는 드라마 ‘지리산’의 글로벌 방영권은 중국 아이치이가 갖고 있다. 이 때문에 향후 한국 콘텐츠 시장에서 중국 자본의 목소리가 커지는 동시에 잡음 역시 많아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경제적 논리로 봤을 때 중국 자본이나 PPL을 받는 것이 잘못됐다고 할 순 없지만 국민적 정서도 고려해야 한다”며 “특히 ‘조선구마사’처럼 역사 속 실존 인물과 이름이 등장하는 작품의 경우, ‘드라마 속 창작 이야기’라고 해도 그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보다 철저한 고증을 거쳐야 한다”고 충고했다.

아울러 중국 작품을 원작 삼은 드라마에도 불똥이 튈 것이란 조심스러운 관측도 나온다. JTBC에서 하반기 편성하는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는 중국 소설가 쯔진천의 작품을 각색했고, 중국 웹소설을 바탕으로 한 ‘잠중록’도 준비 중이다. 한 지상파 드라마국 PD는 “현재 제작 중인 드라마 속에서 중국적 색채를 지우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며 “특히 역사를 다루는 시대극의 경우, 왜곡 논란을 피하기 위해 전문가를 통해 고증 과정을 거치려는 노력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 동북공정, 반중 정서 키웠다

‘조선구마사’는 극 중 월병과 중국식 오리 요리를 비롯해 중국식 소품 등이 등장한 장면이 도마에 올랐다. 게다가 실존 인물인 충녕대군과 양녕대군을 등장시켜 조선 왕조를 비하하는 뉘앙스를 풍긴 것도 질타를 받았다. 이를 두고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최근 중국이 한복, 김치, 판소리 등을 자신의 문화라고 주장하는 ‘신(新) 동북공정’을 펼치고 있는 와중에 또 하나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조선구마사’에 앞서 tvN 드라마 ‘빈센조’와 ‘여신강림’에는 각각 중국의 인스턴트 비빔밥과 훠궈를 먹는 장면이 삽입돼 논란이 불거졌다. 과거 다른 드라마에도 중국 제품이 등장한 적은 있다. 하지만 오히려 한국 드라마들이 중국 자본을 유치했다는 의미를 부여할 뿐, 지금과 같은 반응은 미미했다. 결국 최근 중국 정부와 네티즌의 동북공정이 반중 정서를 격화시킨 셈이다.

이런 논란에 대처하는 시청자들의 자세도 달라졌다. 단순히 “불편하다”는 의견을 내는 수준을 넘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국민청원에 적극적으로 민원을 넣으며 능동적으로 대처했다. 광고주들을 압박해 드라마를 만들기 위한 ‘돈줄’을 막은 것은 ‘조선구마사’가 방송 중단을 결정할 수밖에 없는 결정타가 됐다.

수익 창출과 시청률을 가장 중시하는 방송사에도 이번 사태는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대중 정서에 맞지 않는 드라마는 제작 중단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시청자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상황 속에서 전파를 사용하는 방송사의 책임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한류 드라마를 통해 한국을 배우는 해외 팬들이 많다는 것을 고려할 때 보다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