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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지난 연말, 정부는 연료비 연동제를 발표했다. 전년도 연료비와 최근 3개월 치의 연료비를 비교해서 오른 만큼을 전기요금에 얹어서 받겠다는 것이다. 선동가들은 맥줏값 정도 오를 뿐이라더니 지난해부터는 기후온난화를 대처하기 위해 ‘합당한 전기료를 지불해야 한다’며 인상을 정당화하려 한다. 말 바꾸기다.

전기료 인상 요인은 차고 넘친다.

첫째, 전기 1㎾h를 생산하기 위해 원자력이 60원, 석탄이 80원, 액화천연가스(LNG)가 130원, 기타 재생에너지가 200원이다. 이들의 비중은 각각 30%, 40%, 20%, 10%이다. 이렇게 전기를 납품받아서 ㎾h당 110원에 파는 구조다. 60원과 80원짜리 발전소를 줄이고 130원과 200원짜리 발전소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르지 않을 수 없다.

둘째, 지금 가격이 오르고 있는 LNG는 시장 규모가 크지 않다. 일본과 우리나라 등 몇 나라만 사용한다. 어느 한 나라가 점유를 늘리면 갑작스럽게 가격 폭등이 일어나는 불안정한 시장이다. 시장 상황에 따른 에너지 안보의 위협은 가격 문제보다 더 심각하다. 이 역시 전문가들의 수차례 경고를 무시한다. 앞으로 치러야 할 대가가 두렵다.

셋째, 전력은 값싼 기저발전을 우선으로 공급한다. 원자력 발전이 최우선이고 그다음이 석탄이다. 부족분을 LNG로 충당한다. 경기가 좋아져 전력 수요가 늘고, LNG 발전의 가동이 늘면 한전이 치러야 할 원가가 높아진다. 전기료 인상 요인이 발생하는 것이다. 게다가 연료비 연동제는 마치 LNG의 국제시장 가격이 높아지면 그만큼을 전기료에 얹어서 받겠다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연료의 종류가 우라늄에서 LNG로 바뀌는 것도 포함하고 있다. 전력 정책 실패를 국민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넷째, 재생에너지 보조금이다. 재생에너지 보조금은 차액을 직접 지원하다가 지금은 대형 발전회사에 떠넘긴 상태다. 발전회사가 전기의 일부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할 것을 의무화했던 것이다. 그런데 전력 수요가 줄어들게 되자 발전소가 공급해야 할 재생에너지의 비율도 줄어든다. 한편, 재생에너지의 보급은 늘어났다. 발전회사의 선택을 받지 못한 재생에너지는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 그러면 서로 가격 인하 경쟁을 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투자를 하라고 할 때 알려주지 않았던 시나리오다.

다섯째, 재생에너지의 최대 구입처인 한수원의 발전량이 줄고 있다. 가동 정지된 한빛 원전들과 6년째 인허가 심사 중인 신한울 1·2호기 때문이다. 발전량이 줄면 구입할 재생에너지도 줄어든다. 앞으로 탈원전이 진행되면 더할 것이다. 그렇다고 발전사가 부담해야 하는 재생에너지 공급 비율을 늘리는 것도 결국 한전이 보상해야 하는 비용이 된다.

이 밖에도, 에너지저장장치(ESS)의 보급을 늘리려고 보조금을 늘리자 앞다퉈 ESS를 설치했고, 3년간 150여 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기술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제품을 공급한 탓이다. 안전을 위해 충전율을 제한하자 이윤이 줄어든다고 난리다. 또한, 태양광과 풍력에 송전선을 연결하고 이들이 전력을 공급하지 못하거나 들쭉날쭉한 생산하는 걸 보완하기 위해서는 또 돈이 들어간다.

탈원전만 하지 않으면 다 해결될 일을 이리 우격다짐한다. 부도덕한 선동가에게 속은 고집쟁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