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그 드라마 장르가 뭐야?”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빈센조’가 시작된 후 주변에서 이런 질문을 받곤 합니다. 한류스타 송중기가 이탈리아 마피아의 변호사 역을 맡으니, 한국판 누아르를 꿈꾸는 장르물을 떠올리기 쉽죠. 하지만 엉뚱한 캐릭터와 ‘B급 정서’가 담뿍 담긴 이 드라마는 풍자가 가득한 블랙코미디에 가깝습니다.

집필을 맡은 박재범 작가의 히트작을 살펴보면 쉽게 답이 나오는데요. ‘김과장’(2017)은 사기꾼 기질을 가진 김성룡이 경리과장을 맡은 후 오히려 회사의 비리를 까발리는 전복으로 통쾌감을 선사했고, ‘열혈사제’(2019)에서는 분노조절장애를 가진 주먹깨나 쓰는 신부 김해일이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명제 아래 정의를 실천했습니다. 그 연장 선상으로 ‘빈센조’는 법으로 처단할 수 없는 사회악을 상대로 빈센조가 마피아식 응징을 보여주며 부조리를 헤집죠.

‘빈센조’에서 악은 재벌과 그들을 법으로 보호하는 로펌, 그리고 그 재벌에 빌붙는 정계, 사법계 인사들입니다. 반면 주인공 빈센조는 상가 지하에 감춰둔 금괴를 찾으려 한국에 왔다가 부당하게 상가에서 내쫓길 위기에 놓인 상인들의 편에 서서 ‘어쩌다 영웅’이 된 인물이죠. 뭔가 뒤바뀐 것 같지 않나요? 사회 지도층은 서민을 핍박하고, 마피아가 서민을 돕는 묘한 형국입니다.

뒷주머니 차기 바쁜 김성룡, 주먹이 앞서는 김해일, 그리고 제 잇속을 채우려고 상인을 돕는 빈센조. 모두 선보다는 악에 가깝죠. 하지만 드라마를 보면서 시청자는 그들을 지지하게 됩니다.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정의를 실현해가는 모습이, 존경받는 인물인 양 행세하지만 정작 자기 배만 불리는 사회 지도층의 위선보다는 낫다는 판단 때문일 겁니다.

마피아(Mafia).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에서 기원한 범죄 조직입니다. 하지만 대중은 그동안 수많은 한국의 마피아를 만났는데요. 모피아(기획재정부 마피아), 세피아(국세청 마피아)에 이어 최근에는 엘피아(LH 마피아)가 평범한 대중의 심장에 보이지 않는 칼을 깊이 찔러 넣었습니다.

일각에서는 “조직 일부의 일탈”이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하는데요. 그들에게 빈센조가 멍든 사과를 들고 내뱉은 명대사를 들려주려 합니다.

“여기 사과가 하나 있다. 이쪽은 썩고, 저쪽은 썩지 않았다. 반은 썩고, 반은 먹을 만하다. 이 사과는 썩은 사과일까, 아닐까? 우린 반쯤 먹을 만한 사과가 아니라 ‘썩은 사과’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