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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애국주의 홍위병, 분노청년│김인희 지음│푸른역사

#1. 홍콩 민주화 시위가 한창이던 2019년 가을, 국내 대학에 와 있는 중국인 유학생 일부가 시위를 지지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훼손하고, 이에 항의하는 학생들과 충돌을 빚었다.

#2. 베이징(北京)올림픽을 앞둔 2008년 봄, 국내 체류 중국인과 중국인 유학생들이 서울에서 진행된 성화 봉송 도중 티베트 독립을 지지하고 중국 당국의 인권 탄압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했다. 이들은 흉기까지 동원해 한국 시민단체 관계자와 시민들, 심지어 경찰관까지 폭행했다.

중국의 소위 ‘애국주의’의 실상을 보여준 두 사건은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줬고, 반중(反中) 정서를 불러일으켰다. 외국인들이 남의 나라에서 이런 식의 난동과 행패로 대놓고 법질서를 뒤흔든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 주축은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었다.

‘중국 애국주의 홍위병, 분노청년’은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세계 곳곳에서 반복적으로 벌어지는지, 그리고 급기야는 방탄소년단(BTS)과 이효리 등 한국 연예인들에 대한 중국인들의 막무가내식 공격으로까지 이어졌는지 설명해 주는 책이다. 저자는 ‘분노청년(憤怒靑年)’이라는 키워드로 갈수록 기승을 부리는 중국의 애국주의에 대한 인류학적 분석을 시도했다.

저자에 따르면, 분노청년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온라인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친정부 청년 집단의 통칭이다. 시기에 따라 호칭과 주축 세력이 변했지만 맹목적인 중국 제일주의와 중화주의에 빠져 외국을 적대시하고,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극단적 공격과 폭력도 서슴지 않는다는 건 달라지지 않았다.

극단주의자의 발호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분노청년은 사실상 중국 정부에 의해 길러졌다는 점에 큰 차이가 있다.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로 위기감을 느낀 중국 공산당이 1990년대부터 어린이와 학생들을 상대로 애국주의·애당주의·애사회주의 교육을 체계적으로 진행했다. ‘중국몽(中國夢) 실현’을 내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체제에서는 애국주의 교육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확대되고, 시 주석의 우상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1960년대 ‘마오쩌둥(毛澤東·전 중국 주석)의 착한 아이들’로 불린 홍위병들이 주도한 문화대혁명이 광풍으로 치달았던 것처럼, 분노청년의 부상은 중국 사회 전반의 맹목주의·무사유(無思惟)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는다. 저자는 한국이 분노청년의 표적이 되는 사례가 잦아지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제 한국은 낯선 모습으로 다가온 중국에 대해 심도 있는 고민을 시작해야 할 시점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308쪽, 1만7900원.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