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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행복 권하는 사회│김태형 지음│갈매나무

“불행한 지구에 행복 열풍이 불고 있다.”

‘가짜 자존감 권하는 사회’ ‘풍요중독사회’ 등을 통해 사회 문제를 날카롭게 비평해 온 저자가 ‘행복 경쟁’과 ‘엉터리 행복론’이 판치는 시대에 일침을 가한다. 소확행, 마음 챙김, 힐링, 워라밸, 욜로(YOLO)…. 책은 이 모든 현상의 기저에 물질주의 행복론에 경도된 한국사회의 민낯이 자리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가짜 행복’을 쟁취하기 위해 경쟁하며 사람들은 다시 불행해진다고. 기업이나 공공 기관에서 추진하는 사업도 마찬가지다. 행복주택, 행복도시, 행복페이, 행복카드…. 행복이 너무 쉽게 여기저기 쓰인다. 행복해서가 아니라 사실은 그 반대여서. “사람들이 행복에 새삼 주목하게 되는 것은 행복에 빨간불이 켜졌을 때다. 이로 미뤄 지구촌을 휩쓸고 있는 행복 열풍은 행복하지 않은 현실, 즉 불행에 대한 인류의 집단적·사회적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에 따르면 ‘소확행’이나 ‘욜로’는 우리를 속인다. 돈을 쓰면 행복하고, 그렇게 한순간의 쾌락을 즐기는 건 멋진 일이라고 말이다. 이러한 행복산업 구조 안에서 노동자들은 지치지 않고 자본가들을 위한 이익을 만들어낸다. 일하고, 쓰고, 다시 일하고, 쓰면서…. 책은 “오늘날 행복한 자본가들에게 포획돼 새로운 이윤 창출 수단으로 전락했고, 개인 간 경쟁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남 신경 쓰지 말고 ‘나’만 아끼라고 이기적인 매뉴얼을 퍼뜨리는 자기계발서들은 어떤가. 기만적 ‘행복’이다. 저자는 이런 이상한 ‘행복 열풍’을 일으킨 주범으로 주류 심리학을 저격한다. ‘개인의 심리’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행복의 개념을 왜곡하고, 행복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확산시켰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사회’는 개인이 어찌할 수 없는 상수가 돼버렸다. 이를 저자는 오늘날 심리학이 현대 사회에서 종교를 대신해 ‘인민의 아편’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한다. “심리학은 공기가 나쁜가 좋은가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오직 누가 병에 걸리고 누가 병에 걸리지 않는가에만 관심이 있다. 즉, 심리학은 행복 그 자체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행복의 개인차에만 관심이 있는 것이다.”

오랫동안 현장에서, 그리고 거리에서 시민들을 위한 학문과 활동을 해온 ‘전투적’ 심리학자답게 저자는 거침없이, 또 생생하게 메시지를 전한다. 일견 번듯해 보이고 매끈하게 잘 굴러가던 우리의 일상이 사실은 행복 장사꾼들에 의한 가짜 행복이며, 그것조차 누군가의 불행 위에서 성립된 것일 수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상기시킨다. 그렇다면 지금 여기, 우리에게 필요한 진짜 행복은 어디에서 시작할까. ‘타인’에게 답이 있다고 책은 말한다. “나 홀로 명상이나 마음 챙김을 통해 평화를 누리며 살아가는 것은 사회로부터의 자발적 격리일 뿐 행복이 아니다.” 292쪽, 1만6000원.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