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통합 ABC제도’ 논란
언론의 포털 종속 심화 가능성

문화체육관광부가 신문의 발행·유가 부수를 조사해 발표하는 ABC협회의 ‘부수 부풀리기 의혹’을 확인했다며 내놓은 개선 권고안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불투명하고 부정확한 부수 산정 구조를 바로잡는 것을 넘어 협회 이사진 구성 변경까지 요구한 것을 두고 관치 논란이 제기된다. 또 종이신문 부수와 인터넷 트래픽을 합치는 ‘통합 ABC 제도’를 권고한 것은 언론의 포털사이트 종속 심화와 저질 기사 경쟁 등 신문업계의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체부는 16일 사무검사와 신문지국 인터뷰를 통해 ABC협회가 발표한 유가율(발행부수 대비 유료부수 비율)·성실률(신문사가 보고한 유료부수 대비 실제 유료부수 비율)과 실제 유가율·성실률 간 상당한 차이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정부 권고안 가운데 이사회 구조 개선과 ‘통합 ABC 제도’ 도입 권고안이 특히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재까지 ABC 협회는 신문협회와 광고주협회 추천으로 이사진을 구성해 왔는데, 정부는 소비자단체와 관련 학회, 회계 전문가, 법조인, 한국언론재단 등 제3자가 신문협회·광고주협회와 동등한 비율로 이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황정근 법무법인 소맥 대표 변호사는 17일 통화에서 “민법상 비영리법인에 대한 정부의 권고는 법적으로 강제할 수 없지만, 친정부 시민단체 인사 등이 이사진에 들어갈 경우 논란이 일 수 있다”고 말했다.

‘통합 ABC 제도’도 포털 사이트에 대한 언론의 종속을 심화하는 등 부작용이 예상된다. 인터넷 트래픽이 정부 및 공공기관의 광고 단가 및 보조금과 연동될 경우, 언론은 자극적이고 과장된 기사를 경쟁적으로 쏟아낼 우려가 있다는 얘기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