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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비지떼 ‘파리 브레스트’

프랑스에서 유래된 전통, 현대 과자들을 살펴보면 그 안에 담겨 있는 스토리들이 있습니다. 지역별, 시대별의 가지각색 이야기를 하나씩 찾아보면 막상 그 과자를 먹을 때 다가오는 즐거움과 호기심이 상승하는 효과를 얻게 됩니다. 봄바람이 살랑거리며 불어오는 요즘, 마음만큼은 자전거를 타고 긴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록 현실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파리 브레스트라는 디저트와 함께 맛으로 즐기는 여행을 떠나 볼까요?

프랑스에서는 1891년부터 1951년까지 4년마다 파리에서 브레스트라는 도시까지, 그리고 다시 파리로 돌아오는 1200㎞의 거리를 90시간 내에 완주하는 아마추어들을 위한 비경쟁 장거리 자전거 대회가 열렸습니다. 100여 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이 대회와 관련된 디저트가 바로 ‘파리 브레스트(Paris-Brest)’입니다. 1891년 루이 뒤랑(Louis Durand)이라는 이름의 제과사가 첫 대회를 축하하는 의미로 자전거 바퀴 모양을 본뜬 튜브 형태의 에클레어를 만든 것에서 이 디저트의 역사는 시작됐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동그란 슈크림의 큰 원형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왕관 모양의 케이크는 헤이즐넛을 넣어 만든 프랄리네 무슬린 크림을 가득 채워 고소하고도 부드러운 농후함을 자랑합니다. 위에는 아몬드 슬라이스를 뿌려 화려함을 더합니다.

이미지 크게보기 김혜준 푸드 콘텐츠 디렉터

우리나라에도 고소한 헤이즐넛의 향이 매력적인 파리 브레스트를 만날 수 있습니다. 오늘은 기본형의 디저트를 제과사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술로 재해석한 파리 브레스트를 만드는, ‘흐비지떼(Revisite)’라는 곳을 꼽았습니다. 올해 1월 처음 문을 연 ‘흐비지떼’는 이름 그대로 ‘재방문하다, 재해석하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름에서부터 클래식한 디저트를 재해석해서 만들어 내겠다는 제과사의 의지를 엿볼 수 있지요.

이곳에서는 마카롱과 구움 과자 그리고 작은 사이즈의 케이크들을 만들어 판매하는데, 한국적인 맛의 뉘앙스를 자연스레 잘 표현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당귀나 흑임자, 죽향 딸기 등의 재료 이름을 가진 메뉴들은, 장르로 보면 오페라, 파리 브레스트, 과일 타르트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흑임자’ 메뉴를 쓱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흑임자로 만든 슈반죽에 흑임자 크라클랑, 흑임자로 만든 무슬린 크림, 흑임자 프랄리네와 맨 위에 얹는 흑임자 튀일로 완성합니다.

파리 브레스트의 형태를 띠지만 전통적인 레시피로 재료를 온전한 주인공으로 해석해 흑임자의 향과 맛을 다채롭게 풀어내 완성한 메뉴입니다. 부담스럽게 무겁지 않도록 바삭한 크라클랑과 튀일이 제대로 역할을 해내는 느낌이고 부드럽게 입안에 머금어지는 무슬린 크림이 상당히 좋은 조화를 이뤄내고 있습니다.

색다른 한국의 식재료로 프랑스 디저트를 재해석해 선보일 앞으로의 메뉴들도 벌써 기대를 하게 됩니다.

김혜준 푸드 콘텐츠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