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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는 어디서나 잘 자라는가? 영화 ‘미나리’가 던진 이 질문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미나리를 재배하는 무논은 특별히 미나리꽝이라고 하는데 오염된 물마저 정화시키면서 잘 자라니 맞는 말이다. 밭에서는 돌미나리가 자라고 산에서는 멧미나리가 자라니 장소를 안 가리고 잘 자란다. 한글이 없던 고려 시대 문헌에 멧미나리는 ‘山叱水乃立(묏믈나리)’로 기록되기도 했으니 때도 안 가리고 잘 자란다.

미나리는 이 땅 어디서나 잘 자라니 방언에 여러 이름으로 남아 있을 것 같지만 대부분 ‘미나리’ 계통이고 ‘미남지’나 ‘민내기’ 정도가 조금 다르게 보일 뿐이다. 훈민정음이 창제되고 난 이후의 모든 문헌에도 ‘미나리’로만 남아 있을 뿐이다. 방언을 살펴봐도, 문헌을 살펴봐도 미나리는 언제 어디서나 미나리일 뿐이다.

미나리는 ‘미리가(美理哥)’에서도 잘 자라는가? ‘미리가’는 그 존재가 이 땅에 알려지기 시작한 19세기 말에 미국을 일컫던 이름이다. 나라 이름에 포함된 아메리카(America)’를 ‘아묵리가(亞墨利加)’나 ‘미리견(美利堅·彌利堅·米利堅)’이라고도 하고 심지어 유나이티드 스테이츠(United States)를 ‘육나사질국(育奈士迭國)’이라고도 했다. 오늘날 한국과 중국은 ‘美國’이라 하는데 일본은 ‘米國’이라 하니 그 이름이 미나리보다 더 다양하다.

다양성과 포용을 표방하는 나라 미리가에서 그 땅에서 만든 ‘미나리’를 자기 것이 아니라고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미국에서 미국 감독이 미국 자본으로 만들었지만, 언어의 반 이상이 영어가 아니라는 이유로 영화 ‘미나리’를 딴 나라 영화 취급한 것이다. 남의 역사와 음식마저도 ‘내꺼’라고 하는 것은 탐욕으로 보이고, 자기 땅의 풀과 영화를 ‘니꺼’라고 하는 것은 배척으로 보인다. 언제 어디서나 잘 자라며 특유의 향을 잃지 않는 미나리의 쌉싸름한 맛에서 이해와 포용을 배워야 할 때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