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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고민

배부른 고민으로 들릴 것 같아 조심스럽지만, 저에게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저는 반복된 일상을 답답하게 느끼는 30대 직장인입니다. 그래서 1년에 3∼4번은 해외여행을 다녀와야 그나마 회사 생활을 버텨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터진 이후 여행다운 여행을 못 가다 보니 회사 생활이 너무 지겹습니다. 벌써 1년이 넘었는데도 언제 여행을 떠날 수 있을지 기약이 없네요. 이러다간 병이 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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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낯선 곳에서 즐겼던 ‘새로움’, 익숙한 일상에서 음미해보길
▶▶ 솔루션

그러게요. 지난해 3월만 하더라도 누가 이렇게까지 코로나19가 길어질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여행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더 답답할 수밖에요. 여행은 현대인의 대표적인 행복 활동입니다. 그런데 왜 여행은 우리를 기분 좋게 할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우리에게 ‘새로움’을 주기 때문입니다. 매일 집밥을 먹다가 한 번씩 외식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처럼 우리는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을 떠나면 몸과 마음이 새로워집니다. 물론 이 새로움에 대한 선호도는 사람마다 달라서 먼 곳으로의 여행을 안 좋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연을 주신 분은 ‘반복’에 대해 염증을 잘 느끼고, ‘새로움’에 대한 욕구가 큰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여행다운 여행을 갈 수 없는 이 코로나19 상황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코로나19는 행복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돌아보게 하고 있습니다. 특별한 경험으로서의 큰 행복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의 작은 행복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과연 일상의 행복이 가능할까요? 저는 일상의 행복을 위해 ‘새로움’의 반대말을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흔히 우리는 ‘새로움’의 반대말로 ‘익숙함’이나 ‘오래됨’ 등을 떠올립니다.

그런데 중요한 두 개의 반대말이 또 있습니다. 첫째는 ‘얕음’입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낡고 재미가 없다고 느끼는 것은 실제 새로운 것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체험이 표면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새로운 스마트폰을 샀지만 아주 일부의 기능만을 사용하면서 또 새로운 성능의 스마트폰을 사고 싶은 것처럼 말이지요. 우리가 여행에서 즐거운 것은 단지 낯선 세계를 접했기 때문이 아니라 감각이 깨어나고, 마음이 열려서입니다. 감각이 깨어나면 똑같은 경험도 더 깊이 체험할 수 있습니다. 오감을 깨워보세요. 집 앞의 나무에서 꽃이 피어나는 것도 신비롭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둘째는 ‘협소함’입니다. 공간적인 새로움만을 고집하기보다 새로움의 지평을 넓혀보기를 바랍니다. 일상으로 다양한 새로움을 초대해보세요. 새로운 장르의 음악을 듣고, 새로운 음식을 맛보거나 직접 만들어보고, 새로운 취미활동을 시작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보세요. 코로나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행복을 음미할 수 있는 열린 감각과 새로움의 확장입니다.

문요한 정신과 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