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현대자동차가 최근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적용한 최초 전기차인 아이오닉 5를 공개했다. 아이오닉 5는 차량 외부로 전원을 공급할 수 있는 V2L 기능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대차 제공

■ 31년 노하우로 ‘電力 질주’

1990년 착수해 이듬해 첫 탄생
2010년 ‘블루온’배터리 국산화
2011년 ‘레이 EV’국내 첫 양산

2018년 ‘코나’주행거리 406㎞
올해부터 전용 플랫폼車 잇달아

현대자동차그룹은 최근 자사 첫 번째 전용 전기차 모델인 ‘아이오닉 5’를 공개했다. 아이오닉 5는 현대차그룹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신감을 보이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테슬라에 선점당했던 전기차 시장에서 본격 ‘반격’에 나선 모양새다. 아이오닉 5가 나오기까지, 31년에 걸친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개발사를 되짚어 봤다.

이미지 크게보기 2009년 ‘i 10’기반 전기차

◇1990년, 전기차 개발 착수 = 8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는 1990년 1월에 이미 전기차 시스템 연구에 착수해 1991년 12월 쏘나타를 기반으로 납축전지를 내장한 ‘전기자동차 1호’를 탄생시켰다. 이어 6개월 뒤인 1992년 6월에는 성능이 월등히 향상된 ‘전기자동차 2호’를 개발했다.

전기자동차 2호는 현대차 엑셀을 기본모델로 납축전지와 컴퓨터 제어장치 등을 적용해 전자제어 측면에서 큰 폭의 개선을 이뤘다. 현대차에 따르면 전기자동차 2호의 최고 속도는 1호에 비해 40㎞ 상승한 시속 100㎞였고, 1회 충전 주행거리도 100㎞였다. 현대차는 1993년 전기자동차 3∼4호를 잇달아 선보였다. 쏘나타 차체에 첨단 배터리와 모터 등을 넣은 3호는 최고속도 시속 130㎞, 1회 충전 주행거리 120㎞를 달성했다. 스쿠프를 기반으로 개발한 4호는 1회 충전 주행거리가 140㎞로 늘어났다. 당시 현대차 기술로 이 정도의 전기차를 개발한 것은 획기적 성과였다. 하지만 전기차를 양산해 판매하기에는 주행거리 등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었다.

이미지 크게보기 2011년 ‘레이 EV’

◇전기차 상용화 막 올린 2010년 = 현대차는 2009년 9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i10 기반 전기차를 선보였다. 이번에는 전기차 시스템 연구 목적이 아니라, 실제, 상용화를 목표로 한 전기차였다.

이어 현대차는 2010년 9월 청와대에서 전기차 ‘블루온’을 공개했다. 블루온은 국내 최초로 국산화에 성공한 16.4kwh 전기차 전용 리튬이온폴리머 배터리를 탑재했다. 블루온의 최고속도는 130㎞, 1회 충전 주행거리는 140㎞였다. 2011년에는 기아가 양산형 소형 전기차 ‘레이 EV’를 선보였다. 레이 EV는 국내 최초로 일반 차량과 같은 라인에서 생산되는 양산형 전기차였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의 성능을 더욱 끌어올리기 위해 애썼다. 그 결과 기아는 2014년 4월 쏘울 전기차를 출시했다. 81.4㎾ 모터와 27kwh 배터리를 탑재한 쏘울 EV의 최고속도는 145㎞, 1회 충전 주행거리는 148㎞였다. 쏘울 EV는 처음으로 수출한 전기차이기도 하다. 2016년엔 현대차가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출시했다. 그해 3월 스위스 제네바 모터쇼에서 데뷔한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28kwh 배터리를 달고 1회 충전으로 180㎞를 달릴 수 있었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동력성능은 최고출력 88㎾, 최대토크 295Nm(뉴턴미터)였다.

이미지 크게보기 2014년 ‘쏘울 EV’

◇장거리 주행 전기차 시대 = 다음 과제는 주행거리 늘리기였다. 현대차는 2018년 3월 미국 뉴욕 국제오토쇼에서 코나 일렉트릭을 공개했다. 코나 일렉트릭은 64kwh 배터리를 장착해 1회 충전 주행거리가 406㎞까지 대폭 늘어났다. 한 번 충전으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갈 수 있는 전기차 시대를 연 것이다. 39.2kwh 배터리 장착 모델도 254㎞를 달릴 수 있다. 코나 일렉트릭은 동력성능도 최고출력 150㎾, 최대토크 395Nm로 아이오닉 일렉트릭보다 훨씬 강력해졌다.

이어 2개월 뒤 기아는 제주도에서 개최된 ‘제5회 국제전기차엑스포’에서 니로 EV를 최초로 공개했다. 니로 EV는 코나 일렉트릭과 똑같은 동력성능을 갖추고, 차체 길이와 축간거리는 더 길어 뒷좌석 공간이 코나 일렉트릭보다 한결 여유로워졌다. 대신 주행거리는 64kwh 배터리 탑재 모델이 385㎞, 39.2kwh 배터리 모델은 246㎞로 코나 일렉트릭보다 약간 짧게 인증받았다. 코나 일렉트릭과 니로 EV는 국산 전기차 대표 모델로 자리를 잡았으나, 코나 일렉트릭은 화재 발생으로 오는 29일부터 배터리 전량 교체 리콜에 들어가게 돼 체면을 구기기도 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전용 플랫폼 전기차 내놓다 = 이전의 현대차그룹 전기차는 모두 내연기관이 달린 차량(하이브리드 포함)의 파생 모델이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처음부터 전기차 전용으로 개발된 차들이 출시된다. 아이오닉 5는 다음 달, 기아 전기차는 7월쯤, 제네시스 첫 전용 전기차 GV60은 연말쯤 국내 출시가 예정돼 있다.

아이오닉 5는 엔진룸이 필요 없는 전기차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3000㎜에 달하는 축간거리로 넓은 실내 공간을 구현했다.

아이오닉 5는 롱 레인지(Long Range)와 스탠더드(Standard) 등 두 가지 트림(등급)으로 출시된다. 롱 레인지는 72.6kwh 배터리를, 스탠더드는 58.0kwh 배터리를 각각 탑재하게 된다. 아이오닉 5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롱 레인지 후륜구동 모델을 기준으로 410∼430㎞다. 코나 일렉트릭보다 최대 24㎞ 늘어났다. 아이오닉 5는 350㎾급 초 급속 충전기를 이용할 경우 18분 안에 80%까지 충전할 수 있으며, 5분 충전으로 최대 100㎞를 주행할 수 있다.

후륜구동 모델의 최고출력은 160㎾, 최대토크는 350Nm이지만 사륜구동 모델은 최고출력이 225㎾, 최대토크는 605Nm로 치솟는다. 롱 레인지 사륜구동의 경우 시속 100㎞까지 5.2초 만에 도달할 수 있다. 특히, 차량 외부로 일반 전원(220V)을 공급할 수 있는 V2L 기능은 ‘움직이는 에너지원’으로 전기차의 활용 가능성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현대차는 밝혔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