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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의 칼’ 역할했지만
권력 수사로 現정권 대립각

거취에 대한 결심을 사실상 굳힌 것으로 알려진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르면 4일 전격 사의를 표명할 것으로 알려지며 정권을 가리지 않고 수사의 칼날을 들이대 왔던 ‘특수통’ 검사의 검찰 내 마지막 행보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윤 총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과 탄핵으로 이어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수사의 일등 공신이자 문재인 정부 집권 후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수사 등을 주도하며 ‘적폐청산의 칼’ 역할을 해왔다.

이른바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로 인해 좌천됐던 윤 총장은 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5월 검찰의 핵심 요직인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후 여권은 “흔들림 없는 적폐청산과 검찰개혁, 정권 중반기 조직 장악의 적임자”로 윤 총장을 치켜세우며 그를 끝내 검찰총장에 앉혔다.

하지만 평검사 시절부터 그를 알던 지인들은 이를 두고 “정권이 사람을 잘못 봐도 한참 잘못 봤던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윤 총장의 한 연수원 동기는 그를 두고 “9수 끝에 합격하면서 사법시험 통과는 늦었지만 자신이 모르는 부분은 완벽히 이해할 때까지 파고드는 성격”이었다며 “기술로서의 법학보다는 사회와 철학에 대한 호기심이 훨씬 큰 사람”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윤 총장은 취임 이후 틈이 날 때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질서를 지키기 위해서는 공정한 경쟁을 위한 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검찰총장으로서는 다소 이례적으로 철학과 신념을 강조하는 목소리를 내왔다. 권력층의 반칙에 대응하지 못하면 공정과 민주주의가 무너진다는 윤 총장의 신념은 결국 ‘조국 일가(一家) 수사’를 기점으로 폭발했다. 이후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월성 원전 경제성평가 조작 의혹 등 ‘살아있는 권력’ 수사로 정권과 각을 세우면서 여권의 ‘공적 1호’가 됐지만 역설적으로 ‘죽이면 죽일수록 살아나는’ 윤 총장의 정치적 잠재력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이희권 기자 leehek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