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뿐였던 ‘서울·평양 공동개최’ 무산

- 왜 남북개최 탈락했나
실질적 추진 없이 ‘선전’ 그쳐
공동개최 국민 공감대도 부족

- 왜 브리즈번인가
기존 경기장 90% 재활용 가능
비용 덜들고 숙소·날씨도 좋아

호주 브리즈번이 2032년 하계올림픽 유치 우선협상지로 선정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추후 총회 투표를 통해 개최지를 확정할 예정이지만 절차일 뿐, 유치전의 승자는 브리즈번이다. 이에 따라 남북 공동 올림픽 개최는 무산됐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25일 오전(한국시간) 스위스 로잔의 IOC 본부에서 진행된 화상 기자회견에서 “IOC 집행위원회가 미래유치위원회의 우선협상 지역 선정 권고를 만장일치로 승인했다”고 밝혔다. 미래유치위원회는 브리즈번을 2032년 올림픽 개최 우선협상 지역으로 선정했다. 호주는 1956년(멜버른), 2000년(시드니)에 이어 3번째 올림픽을 개최하게 된다.

남북은 서울·평양 공동개최를 추진했지만 소득은 없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8년 9월 평양남북정상회담에서 2032년 올림픽 남북 공동유치에 합의했고, 2019년 2월 도종환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김일국 북한 체육상이 바흐 위원장을 만나 올림픽 공동유치 의향서를 전달했다.

남북 공동개최는 정치적인 의도에서 시작된 ‘선전’이었을 뿐, 실질적인 추진 움직임은 눈에 띄지 않았다. 게다가 남북 공동개최에 국민적인 공감대도 확보하지 못해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외면받았다.

유치 경쟁엔 남북과 브리즈번, 그리고 카타르 도하, 헝가리 부다페스트, 독일 라인-루르, 중국 청두와 충칭,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도 뉴델리, 터키 이스탄불,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등이 참가했다.

브리즈번이 ‘낙점’된 건 경제적인 올림픽이란 테마에서 후한 점수를 받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브리즈번이 위치한 퀸즐랜드주는 2018년 영연방게임을 개최했고, 이로 인해 경기장과 숙소 등 인프라가 풍부하다. IOC는 “브리즈번에서는 기존, 혹은 임시경기장의 80∼90%를 활용해 올림픽을 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날씨도 한몫했다. 올림픽은 여름에 열린다. 해안도시인 브리즈번의 7∼8월 최고기온은 영상 20도 초반이며, 평균 강수량은 40∼60㎜로 적다.

올림픽과 월드컵 등 국제적인 메가 스포츠 이벤트는 ‘돈 먹는 하마’에 비유된다. 올림픽, 월드컵 개최를 위한 시설 건설에 엄청난 자금이 소요됐다. 일본은 올해 7월로 1년 연기된 도쿄올림픽 주경기장 건설에만 1569억 엔(약 1조6447억 원)을 투입했다. 도쿄올림픽의 유치는 2013년 확정됐고, 당시 개최 비용은 7340억 엔(7조6942억 원)으로 추산됐지만, 1조6440억 엔(17조2332억 원)으로 2배 이상으로 치솟았다. 영국 매체 가디언에 따르면 카타르는 2022 카타르월드컵 경기장 건설을 위해 외국인 이주노동자를 투입했고, 2010년 12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10년간 6751명이 공사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반면 브리즈번은 대규모 공사를 지양하고 기존 시설을 재활용하겠다는 점을 강조, 2032년 올림픽 유치 독점 협상권을 따냈다.
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