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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신진극단 ‘요지경’ 단원에게

극단 ‘요지경’은 지난 2016년 9월 창단됐습니다. 그해 10월 창작극 ‘무죄’를 낭독으로 발표하고, 2018년 8월에 본 공연을 만들기 시작하며 극단 활동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이후 작가와 연출을 맡은 제가 합류하면서 2019년 연극 ‘가족사진’을 서울 종로구 대학로 후암스테이지와 동양예술극장에서 성공적으로 올렸습니다. 지난해에는 춘천연극제 공식 경연작에 ‘조선궁녀연모지정’이 선정돼 춘천 초청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공연 예술 단체를 만들고자 했을 때 나름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세상엔 부조리한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집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변화를 원하기만 할 뿐,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모순된 현 세태를 본 후 느낀 생각이 ‘세상은 참 요지경 같구나’였습니다. 이 때문에 극단 명을 요지경으로 짓고 6년째 부조리한 일들을 유쾌하게 풀어보기 위한 연극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요지경은 연극이라는 순수예술이 대중예술이 되는 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연극은 마니아 층을 형성해가고 있지만, 점차 관객 유입은 줄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요지경은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극단이 되는 게 목표입니다. 오해의 소지가 있어 말을 보태자면, 연극을 본 후 단순한 감정 해소가 아닌 메시지와 강한 울림을 관객들에게 주려고 합니다. 연극을 보고 난 후, ‘재밌었다’가 아니라 ‘재미도 있었어!’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연극 이면에 숨겨둔 부조리한 메시지를 대중에게 던져주려는 게 극단 요지경의 목표입니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새에 부조리를 허용해 버렸고, 허용되는 ‘요지경 속’에서 살아온 것이었습니다. 이런 ‘요지경’을 벗어나기 위해 부조리한 문제들을 무대위 연극으로 만들고, 관객들에게 계속 소리침으로써 관객들, 사람들이 부조리를 인식하고 부조리에 대해 개선의 인식을 갖게 하려는 게 목표인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저희 요지경이 하고 싶은 사회적 역할은 ‘사회 변화를 위한 중간자’가 되는 것입니다.

극단 요지경은 8명의 단원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특히 타 극단들과 다르게 오로지 스태프로만 구성된 극단입니다. 연극이 끝나면 무대 위에서 배우가 박수를 받지만, 그들을 받쳐주는 스태프는 조명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와 뜻을 같이하는 친구들이 모여 스태프 위주의 극단을 만들게 됐습니다. 8명의 단원은 작가, 연출, 무대감독, 조명감독, 기획자, 액션감독 등으로 이뤄져 있고 작품이 들어갈 때 외부에서 배우들을 캐스팅해 무대 위에 작품을 올리는 편입니다.

전대미문의 코로나19가 모두를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공연예술인들 역시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로 띄어 앉기를 두 칸에서 한 칸으로 완화하긴 했지만 공연하는 것 자체가 두렵고 무서울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도 코로나19 안전수칙을 준수하며 끊임없이 창작품을 발굴해나가는 극단 요지경이 무척 자랑스럽습니다. 해당 사진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기 전 찍은 연극 ‘조선궁녀연모지정’입니다.

연출가 김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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