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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수 논설위원
쿠팡의 미국 뉴욕 증시 상장 신청을 계기로 차등의결권 주식(dual class stock)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1주 의결권이 29개인 클래스B 주식을 발행해 자본을 조달하려고 한국이 아닌 미국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보통 주식은 의결권이 1개(1주 1표)지만, 차등의결권 주식은 여러 개다. 1주당 의결권 10개가 가장 흔하다. 매각할 때는 1의결권인 보통주로 전환한다. 1주 1표만 인정하는 한국 상법에선 금지하지만, 미국·유럽은 오래전에 도입했다.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이 지배하는 자산운용사 버크셔 해서웨이가 대표적이다. 해서웨이는 200여 개 자회사를 둔 지주회사인데, 1996년 의결권이 1개인 A주식 외에 의결권이 1만 분의 1개인 B주식을 발행했다. A주 의결권이 B주의 1만 배다. 주가는 A주가 4억 원을 넘어 B주의 1500배를 넘는다. 포드자동차(1956년)를 비롯, 나이키 컴캐스트 등도 시행한 지 오래됐다. 특히 2000년대 들어서는 정보기술(IT) 기업과 플랫폼업체들이 줄줄이 도입했다. 구글은 2004년 상장 때 1주 10표의 B주(알파벳 B)를 발행했다. 페이스북 알리바바 에어비앤비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은 지난해 12월 비상장 벤처기업에 차별의결권을 허용하는 벤처기업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상장 후 3년이 지나면 의결권이 1개인 보통주로 전환하는 조건 등을 달아 구색 갖추기라는 지적을 받는다. 쿠팡이 관심을 끌자 여당은 3월 국회 처리를 추진하겠다고 뒷북을 친다.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최근 차등의결권은 벤처기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벤처기업은 되고 대기업은 안 된다는 식은 시대착오적 차별이다. 글로벌 초거대기업도 하는데 국내 대기업은 자금을 조달하려면 지분율 감소·경영권 위협을 감수하라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6개국 가운데 17개국이 하는 제도다. 싱가포르와 중국도 2016년에 도입했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1주 1표라는 주주 평등 원칙을 내세운다. 그렇지만 개정 상법은 대주주엔 ‘3% 룰’로 의결권을 제한한다. 계약자유 원칙에 따라 주주들이 차등의결권에 동의하면 그만이다. 반대 주주엔 주식매수청구권을 주면 된다. 결국 반(反)기업 정서를 넘는 게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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