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법사위의 법무장·차관 박범계(오른쪽) 법무부 장관과 이용구(왼쪽) 차관이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참모가 내부 의사결정 반기
여권내 갈등 고스란히 노출
집권 후반기 레임덕 시발점

검찰개혁 방향 수정 불가피
정권 vs 검찰 대립구도 격화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끝내 사의를 굽히지 않으면서 청와대는 22일 오전 내내 신 수석 설득 작업을 벌이는 한편 차기 민정수석 물색에도 나선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에서는 신 수석에 대한 공개적인 비판이 나오는 등 선긋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하지만 집권 후반기 문재인 대통령의 리더십에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개혁 관련 강경파에 힘이 실리며 정권 대 검찰의 대립 구도도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주 있을 중간 간부 검찰 인사를 시작으로 권력 비리 수사의 진행을 두고 사사건건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文 리더십 타격 불가피”= 여권 관계자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청와대 참모가 청와대 내부 의사 결정 과정에 반기를 들고, 대통령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직을 던진 것은 문 대통령에게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등 야권에서는 집권 후반기 레임덕(권력 누수 현상)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여권 내 갈등이 고스란히 노출된 데다, 문 대통령의 의중과 달리 신 수석이 사퇴하면서 ‘영(令)’이 서지 않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번 사태 파장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문 대통령과 신 수석 간 오랜 인연을 감안해 자제해 왔던 신 수석에 대한 비판도 본격화했다. 신 수석 사퇴를 단순한 참모진의 사의 표명 수준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친문(친문재인)으로 분류되는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에서 “청와대 비서관이 사표 쓰는 게 어디 하루 이틀 문제도 아니고 흔히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그렇게 대단한 일도 아니다”고 했다.

◇정권 대 검찰 구도 이어질 듯 = 신 수석의 사퇴여부와 관계없이 문재인 정부의 집권 후반기 검찰개혁의 방향 역시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권 내 강경파에 힘이 실리며 노골적인 친정권 성향 검찰 인사 중용 등이 권력 내 제동장치 없이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정부를 향한 검찰 수사의 예봉을 꺾기 위한 정권 차원의 방어도 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신 수석 임명할 때와 검찰개혁에 대한 여권 내 기류가 달라진 것 같다”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이어 검찰개혁 연장전으로 갑자기 중대범죄수사청을 들고 오는 등 검찰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수준으로 가고 있는 데 대해 신 수석이 ‘나한테 이상한 일을 떠넘기려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이견이 끝내 해소되지 않으면 결국 신 수석이 떠나고 강경파의 의도대로 여권 내 검찰개혁 기류가 정리된 것 아니냐는 게 법조계와 야당의 시각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임기 끝까지 정권과 검찰 간 갈등이 계속될 수 있다”고 밝혔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