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업계 고통이 ‘남의 일’인 높으신 분들

지극히 당연한 얘기지만, 코로나로 궤멸 직전 상황까지 몰린 관광업계를 정상화하려면 궁극적으로 ‘여행을 다시 시작하는 것’ 외엔 답이 없다. 당장은 시작할 수 없고, 앞으로의 상황도 쉽게 예측할 수 없지만, ‘트래블 버블 도입’이나 ‘자가격리 기간 축소’ 등 여행을 다시 시작하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어쩌면 그게 관광업계 지원 방안보다 오히려 더 근본적이고 중요한 문제 아닐까. 이런 상황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할 정책 당국은, 그러나 트래블 버블이나 출입국 절차 시 신속 유전자증폭(PCR) 검사 도입 여부 등에 대해 드러내놓고 말하지 않아 왔다. 아니 숫제 ‘금기어’로 취급해왔다. 어쩌다 얘기가 나와도 눈치만 보며 쉬쉬했다. 방역과 털끝만큼이라도 관련 있는 정책은 모두 ‘정치의 영역’으로 진작에 건너간 상황이니 이해되지 않는 바는 아니다. 방역 관련 정책이나 성과가 정치적으로 해독되거나 활용되는 상황에서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자칫 역적으로 몰릴 수 있으니 말이다.

전국 1만7664개 여행업체 중 4155개가 사실상 폐업 상태라는 한국여행업협회(KATA)의 실태조사 결과에서 눈길이 가는 건, 아직 버티고 있는 1만3509개 업체다. 여전히 긴 터널 속에 있는 이들에게 ‘앞으로 뭘 어떻게 해보겠다’는 얘기를 해야 견뎌도 견딜 게 아닌가. 그런데도 관료들은 입을 꾹 닫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관광정책 실행 조직인 한국관광공사가 트래블 버블과 관련해 새 장관 주재 간담회를 앞두고 부랴부랴 아이디어 차원의 간부회의를 딱 한 번 한 게 고작인 정도니 말 다했다.

이런 와중에 황희 문체부 장관은 취임 이튿날 관광업계 관계자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금기어를 탁상 위에 올렸다. 관료 출신이 아닌, 정치인 출신이라 가능한 일이었다. 간담회 내내 황 장관은 관련 법상 ‘관광업계’의 하부 개념인 ‘여행업계’를 병렬로 이야기하며 용어를 혼동했고, 같은 업계라도 저마다 다른 이해관계를 알지 못한다는 느낌을 줬다.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흠결도 적잖지만 그래도 새 장관에게 기대를 걸어보게 되는 건 정치 과잉의 시대에 순전히 ‘정치인 출신 장관’이란 이유 하나 때문이다. 정치인 출신도 아니고, 관료 출신이라고 하기에도 뭣한 안영배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취임 4년 차에 이르는 동안 기자 간담회를 딱 두 번만 했을 정도로 ‘칩거 모드’인 걸 고려하면 더 그렇다. 아, 안 사장의 두 번 중 한 번은 취임 간담회였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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