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미 현의 또 다른 작업

한양대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라미 현은 군대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 전문특기병인 육군 CBT병으로 복무한 경험을 살려 특수효과를 전공하기 위해 미국 샌프란시스코 AAU(Academy of Art University)에서 유학하면서 사진과 인연을 맺게 됐다. 미국의 유명 디렉터로부터 ‘비주얼 아트’ 공부를 하려면, 1년에 흑백사진 10만 장을 촬영하라는 조언을 새겨듣고는 캠퍼스를 오가는 길에 연간 사진 13만 장을 찍으면서 사진작가로 입문하게 됐다. 2010년 귀국해 개인 스튜디오를 차린 그는 2013년부터는 모든 비용을 자비 부담하며 대한민국의 제복 입은 사람들을 기록하는 재능기부를 해오고 있다. 2017년부터 활동 범위를 넓혀 한국전쟁 국군 및 유엔 참전용사들을 기록하는 ‘프로젝트 솔저’(http://projectsoldierkwv.com)를 시작한 뒤 4년째 이어오고 있다. 그 덕분에 올해 1월 황기철 국가보훈처장으로부터 국가가 해야 할 일을 대신해준 것에 대해 감사패를 받았다. 앞서는 영국참전협회와 미국 애리조나참전협회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그는 “참전용사들이 살아 계실 때 한 분이라도 더 만나 고마움을 전하고 기록하는 것이 제게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엔 참전용사분들은 생을 마감하는 단계에 있는 분들이라 에너지를 더 많이 쏟아야 하기에 촬영작업에 힘이 든다고 털어놨다. 참전용사들도 힘들지만 본인도 20∼30% 정도 영향을 받는다고도 했다.

라미 현은 에너지를 얻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오래된 나무’ 촬영을 병행한다고 했다.

그는 “이 세상에서 가장 오래 사는 생물이 나무”라며 “나무는 제 인생의 스승”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요세미티공원 마리포사 지역에 사는 오래된 나무들이 있는 숲에서 3000년 이상 된 ‘폴른 모나코(Fallen Monaco)’를 촬영했는데 12m짜리 작품이 3000만 원에 팔렸다. 이렇게 나무 촬영으로 번 돈으로 촬영 장비를 사는 등 참전용사 프로젝트로 돈이 쪼들릴 때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