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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의 중국사│장징 지음│장은주 옮김│현대지성

흔히 중화요리 앞엔 ‘5000년의 역사를 지닌…’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하지만 이 책은 ‘과연 고대 중국인도 지금과 똑같은 요리를 먹었을까’라는 의문을 던진다. 중국 출신으로 일본 메이지(明治)대에 재직 중인 저자는 ‘논어’ ‘사기’ ‘예기’ 등 50여 권의 사료를 살핀 뒤 “수많은 이민족의 침략과 타국과의 교류를 통해 뒤섞이고 변화한 중화요리의 본질은 ‘짬뽕 문화’”라고 결론짓는다. 반만년 역사를 품은 단일한 중화요리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령 대표적인 중식 중 하나로 인식되는 사천요리의 역사는 길게 잡아도 400년을 넘지 않는다. 매운맛이 이 요리의 특징인데 고추가 식용으로 재배된 시기는 18세기 초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또 한국인들이 요즘 즐기는 마라탕은 현지에서도 최근에야 먹기 시작한 음식이며, 마파두부의 역사도 고작 100년 정도다.

육류나 채소 등을 날것으로 먹는 ‘생식(生食)’ 여부도 고대와 현대 중국 요리를 가르는 차이다. 오늘날 중국에선 극히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육회나 생선회를 거의 먹지 않고 모든 나물은 기름에 볶아 먹는다. 하지만 춘추시대까지만 해도 생식이 일반적인 식습관이었던 탓에 ‘예기’엔 공자(孔子)가 간장·겨자를 섞은 사슴 생고기를 먹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요즘과 달리 춘추시대엔 개 식용도 흔했다. 개고기는 왕이 행하는 의례 음식으로 바쳐질 만큼 귀한 음식이었고, 일반 서민에게도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또 월나라 왕은 출산 장려책으로 아들을 낳은 집안에 개고기와 술을 하사하기도 했다. 시황제가 중국을 통일한 이후에도 이어진 개 식용은 후한이 무너지며 서서히 사라졌다.

당시 대혼란에 빠진 중원지역에서 세력을 넓히던 선비족은 수렵용으로 개를 키웠기 때문에 개고기를 먹지 않았다. 스스로 ‘이리의 자손’이라 칭한 돌궐족도 이리와 유사한 개를 입에 대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에 중국에 전해진 인도 불교 역시 개 식용을 금기시하는 관습에 영향을 끼쳤다. 저자는 “중국인들이 주장하는 대로 중국사가 ‘단일 민족의 역사’라면 활발했던 개 식용 습관이 자취를 감추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중국의 식문화는 1990년대 홍콩 요리가 대륙에 상륙하며 또 한 번 큰 변화를 겪는다. 이전까지 조식 메뉴는 면·만두·소병(구운 빵)·두유 등에 한정됐으나 홍콩에서 직수입한 ‘얌차(飮茶)’가 중국의 아침 식탁을 휩쓸며 지금은 어느 가게를 가든 종업원이 먼저 무슨 차를 마실지 물어본다. 서양과 동남아 소스 사용이 빈번해진 것도 이 무렵이다. 저자는 “중국 요리의 가장 큰 특징은 정형화된 ‘틀’이 없다는 것”이라며 “왕조 교체, 민족문화의 충돌과 융합 등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음식과 조리법, 식사 예법이 역동적으로 변해왔다”고 말한다. 296쪽, 1만2000원.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