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황주리, 감정의 식물학, 183×228㎝, 캔버스에 아크릴릭, 2017

지금 우리가 누리는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이 얼마나 축복받은 것인지를 일깨워주는 자극제들이 주변에 유독 많다. 일상이 뒤틀리고 왜곡된 팬데믹 상황에서 더욱 그렇다. 설을 앞두고도 가족 상봉이 난망하니 온전한 일상은 더더욱 아쉽고 그립다.

문득 일상으로 가득한 황주리의 화폭이 새삼 새롭게 보인다. 일상이라는 대지에 감정의 식물들을 길러 무성한 숲으로 가꾸고 있다. 그렇고 그런 세속의 장면들 뒤에 흐르는 감정선들을 찾아 관조하고 음유하듯 노래하고 있다.

편하게 맞이하는 일러스트 풍의 화면이 읽는 묘미도 준다. 꽃으로 위장된 원격 카메라처럼 선남선녀들의 애정행각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 시들어가는 슬픈 이별까지도 그에게는 아름다운 에피소드로 각색된다. 이별조차도 삶의 에너지임을 일깨우는 ‘감정의 식물학’은 그래서 중독적이다.

이재언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