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콘셉트카 ‘프로페시’. 현대차그룹 제공

차축은 길고 날씬, 보닛은 짧고 날렵

- 전기車가 만드는 디자인 혁신

기존 엔진 자리에 ‘PE시스템’
저중심 설계·다양한 차체 개발

현대차 콘셉트카 ‘45·프로페시’
의자·시트 등 재구성 가능한
‘스타일 셋 프리’로 자유도 높여

2021년은 주요 완성차 브랜드들이 일제히 신형 전기차를 쏟아내는 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올해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든 순수 전기차 3종을 잇달아 선보일 예정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EQA와 EQS를 내놓을 계획이다. BMW도 i4와 iX 시리즈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전기차 시대 본격 개막이 멀지 않은 장래로 다가오는 분위기다. 특히 기존 내연기관차의 파생 모델이 아니라, 처음부터 전기차 전용으로 제작하는 차종들은 이전과 확연히 다른 디자인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모듈화·표준화된 통합 플랫폼을 사용하므로 소비자 요구에 따라 다양한 크기의 차종 개발이 쉬워지고, 엔진룸이 필요 없어지는 만큼 자동차 실내외 디자인에 있어 자유도가 훨씬 높아지기 때문이다.

◇전기차 플랫폼, 자동차 비율을 바꾼다 =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2월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를 공개했다.

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플랫폼은 내연기관차 플랫폼과 구조적 차이가 크다. 이 차이는 자동차 디자인의 차이로 직결된다.

우선 전기차 전용 플랫폼에서는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엔진과 구동축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부피가 작은 ‘PE(Power Electric) 시스템’이 대신한다. 이에 따른 결정적 차이는 축간거리와 오버행(앞뒤 차축부터 범퍼 사이 길이)이다. 전기차는 엔진을 장착할 공간이 필요 없기 때문에, 오버행이 짧고 보닛(bonnet)이 낮게 떨어지며, 보닛 끝부분과 앞유리가 만나는 ‘카울 포인트(cowl point)’도 앞으로 당겨진다. 반면 축간거리는 상대적으로 길게 만들 수 있다. 긴 축간거리와 짧은 오버행은 늘씬한 차체 비율의 핵심 요소다.

전기차 플랫폼은 자동차 주행성능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가장 무거운 부품인 배터리를 차체 중앙 바닥에 낮게 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저중심(低中心) 설계가 구현되고, 차체 중심에 중량이 집중되면서 앞뒤 무게 배분도 이뤄진다.

이미지 크게보기 프로페시 콘셉트카의 내부(왼쪽 사진)는 대시보드 전체를 디스플레이로 채우고, 운전대 대신 조이스틱으로 조향하게 꾸몄다. 현대차그룹 ‘45’ 콘셉트카 인테리어는 승객이 타고 내리기 쉽게 좌석이 회전(〃가운데)하고, 좌석이 편안한 소파(〃오른쪽)처럼 디자인돼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라운지처럼 변하는 전기차 실내 = 전기차 플랫폼의 이 같은 특징은 차량 실내 디자인도 크게 바꿔놓게 된다. 우선 축간거리가 길어지므로, 비슷한 크기의 기존 내연기관차에 견줘 훨씬 넉넉한 실내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또 차체 하단을 지나가는 구동축이 없으므로, 실내 바닥을 평평하게 만들 수 있다. 이에 따라 공간 제약 없이 의자를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어, 탑승자의 이용 습관이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춘 설계도 가능하다고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밝혔다. 현대차그룹의 전동화 기반 개인 맞춤형 디자인 전략인 ‘스타일 셋 프리(Style Set Free)’ 콘셉트가 나올 수 있었던 배경이다. E-GMP의 경우, 실내 대시보드 안에 있던 공조장치를 엔진이 사라진 공간으로 이동해 대시보드 부피를 줄임으로써, 앞 좌석 탑승객 공간도 확대했다. 이른바 ‘슬림 콕핏’의 구현을 통해 동급의 내연기관 플랫폼 기반 전기차보다 실내가 한층 넓고 쾌적해진다.

‘45’와 ‘프로페시’ 등 현대차그룹 전기차 콘셉트카에도 이런 전기차 인테리어 디자인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45는 올해 상반기 출시 예정인 크로스오버(CUV) 전기차 아이오닉 5의 기반이 됐다. 프로페시는 내년 출시될 중형 전기 세단 아이오닉 6의 모델이다.

현대차그룹 전기차 콘셉트카의 실내는 개인 맞춤형 소재와 시트 구성을 통해 실내 공간을 재구성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재활용한 나무와 직물, 가죽 등의 소재를 대시보드와 도어, 시트 등에 사용해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대시보드 전체를 가로지르는 디스플레이를 달고, 동승석 쪽에는 빔프로젝터로 화면을 비춰 그래픽 정보를 보여준다. 차량 바닥은 마치 거실이나 라운지처럼 평평하고, 푹신한 카펫을 깔아 아늑한 느낌을 주면서 소음도 차단하게 된다. 또 기존 자동차들은 시트가 고정돼 있지만, 전기차 시트는 자유자재로 움직이게 만들 수 있다. 문을 열면 시트가 바깥쪽으로 반쯤 회전해 편하게 타고 내릴 수 있다. 완전 자율주행 시대에는 아예 앞 좌석을 완전히 돌려서 탑승자가 마주 보고 앉을 수도 있게 된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