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 명예회장, 통금 해제되면 새벽 4시에 곧장 현장 달려가”

이미지 크게보기

정종순 前 KCC 부회장

직원들과 숙식하며 결속 다져
도전정신·결단력‘리틀 정주영’

“정상영 명예회장은 회사 창립 후 60여 년간 일을 손에서 단 한 번도 놓은 적이 없는, 그 누구보다 열정적인 기업인이었습니다. 산업보국의 창업 정신으로 건축·산업 자재 국산화의 기틀을 닦았죠. 국가 산업 발전의 꽃을 피우기 위해 평생을 헌신한 분입니다.”

정상영 KCC 명예회장을 약 50년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정종순(78·사진) 전 KCC 부회장은 정 명예회장에 대해 “하나하나 주춧돌을 놓듯 금강스레트공업(현 KCC)을 일궈 글로벌 회사로 키워냈다”고 말했다. KCC의 전신인 금강의 대표이사 사장, 금강고려화학 부회장 등을 지낸 정 전 부회장은 1971년 정 명예회장을 만나 인연을 맺었다. 2018년에는 정 명예회장의 경영 외길을 담은 ‘60년의 발자취’를 7개월에 걸쳐 직접 집필했다.

정 전 부회장은 1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 명예회장을 생각하면 현장과 성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새벽 4시 야간통행금지 해제 사이렌이 울리면 곧바로 차를 타고 ‘초 스피드’로 수원·울산공장 등으로 달려갔어요. 해외에서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1978년 중동 기숙사 건설 현장 때가 떠오르네요. 정 명예회장께서 80여 명에 달하는 KCC 스태프, 적게는 500여 명, 많게는 800여 명에 달하는 한국인 및 현지인 건설 인력과 숙식을 해결하며 몸과 마음으로 응원했습니다.”

정 명예회장은 ‘돌다리도 두드리되, 결단을 내려야 때는 주저하지 않았다’고 한다. 정 전 부회장은 “도전의식 면에서 정상영 명예회장은 형 정주영 명예회장을 많이 빼닮았다”고 회고했다.

특히 산업보국을 이루고자 하는 열망이 누구보다 컸다고. 1971년 12월 25일 ‘대참사’로 기록된 대연각 호텔 화재 사건을 계기로 정 명예회장은 보온단열재 개발에 나서는 등 기술 국산화에 심혈을 기울였다. 외국에 의존했던 건축·산업 자재의 국산화를 위해서는 기술확보가 관건이라고 여겨 중앙연구소를 설립했다.

정 전 부회장은 “(정 명예회장이) 연구소에 숙소를 두고 관심을 기울일 정도로 기술개발을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로 여겼다”고 말했다. “네 재산이면 그렇게 하겠나”라며 주인의식도 강조했다고 전했다.

곽선미 기자 gs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