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외부출입 통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 사건 관련 재상고심 선고가 내려진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 경찰이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며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신창섭 기자

대법원 “원심판결 수긍해 확정”
수감기간 선고일 기준 1386일
역대최장 옥고 대통령 ‘불명예’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아온 박근혜(69) 전 대통령에 대한 최종 판결이 14일 확정되면서 3년 9개월에 걸친 재판이 끝을 맺었다. 수감 기간만 선고일 기준 1386일(3년 10개월)로 역대 최장 옥고를 치르는 대통령으로 기록에 남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노태악)는 이날 오전 박 전 대통령의 재상고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0년 및 벌금 180억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다시 판단해달라고 재상고한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직권남용죄에 대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2020년 1월 전원합의체 판결이 제시한 기준을 적용해 일부 직권 남용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고 대법원은 이러한 판단을 수긍해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당시 대법원 전합 판결은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하는 등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 대한 상고심으로, 직권남용죄 중 ‘의무 없는 일’에 대한 보다 엄격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파기 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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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파기환송심에서 뇌물 혐의로 징역 15년과 벌금 180억 원, 국고 손실 등 나머지 혐의는 징역 5년을 각각 선고받고 35억 원의 추징금도 함께 명받았다. 하지만, 검찰은 이 중 문화체육관광부 블랙리스트 사건의 일부 무죄 판단에 불복해 재상고했다. 이로써 2016년 10월 최순실 씨의 국정운영 개입 의혹을 시작으로 사상 초유의 첫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낸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 방해’ 사건의 법적 심판이 마침표를 찍게 됐다.

박 전 대통령은 최 씨의 태블릿PC를 계기로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지면서 2018년 3월 구속돼 그해 4월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 원을 선고, 항소심에서는 삼성 관련 뇌물 인정액수가 늘면서 징역 25년과 벌금 200억 원을 받았다. 2019년 8월 대법원은 이를 파기환송했다. 이에 더해 박 전 대통령은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공천 개입 혐의로 이미 확정된 징역 2년을 합쳐 모두 22년의 형기를 마쳐야 한다. 앞서 2018년 박 전 대통령은 상고심이 기각되면서 징역 2년의 1심 형이 확정된 바 있다.

최종 형량이 확정되면서 박 전 대통령은 특별사면 요건을 갖추게 됐다. 사면법에서 규정하는 특별사면의 대상은 ‘형이 선고된 자’라는 요건을 두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 31일 구속돼 이날로 1386일째 수감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역대 구속된 4명의 전직 대통령 중 최장기간이다.

이은지 기자 e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