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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보현(34)·박연희(여·36) 부부

2019년 10월 여행사 해외인솔자였던 저(보현)는 체코 프라하 공항에서 아내(연희)를 처음 만났습니다. 의례적인 짧은 인사가 둘 사이의 첫 대화였습니다.

저와 아내가 서로를 의식하게 된 건 오스트리아 할슈타트의 식당에서 발생한 사건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손님 이름을 잘 기억한다며 호기를 부렸는데 당시 자리에 있던 8명 중 아내 이름만 생각해내지 못했습니다. 미안함 때문이었는지 이후 일정에서 자꾸 아내를 바라보게 됐습니다.

여행지에서 스치듯 지나칠 뻔한 인연이 운명으로 발전한 것은 오스트리아 빈에서였습니다. 마침 다음 날이 제 생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아내는 저녁을 사주겠다 제안했고 저는 그날 대화에서 평소와 다르게 속 깊은 얘기까지 털어놨습니다.

다음 날에도 저와 아내는 빈 시내 곳곳을 다니며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 사람과 더 오래 함께 있고 싶다’고 결심한 저는 다음 날 귀국하는 아내와 한국에서 다시 보자고 약속했습니다.

아내가 먼저 한국으로 돌아간 이후에도 전화나 메신저로 연락을 이어갔습니다. 우리 둘은 제가 귀국하자마자 다시 만났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연애만 생각하고 만날 수는 없다”는 뜻밖의 강경(?)한 입장을 밝혔고, “연희 씨라면 결혼할 사람으로도 괜찮다”는 제 대답으로 연애가 시작됐습니다. 저희는 연애와 결혼 준비를 병행했습니다. 웨딩박람회를 다니며 데이트하는 식으로요. 그렇게 사귄 지 100일 만에 예식장을 예약하는 등 결혼 준비를 차근차근해나갔습니다. 지난해 9월 무사히 결혼식을 치르고 서로에게 하나뿐인 가족이 됐습니다.

“박 공주! 앞으로도 지금처럼 잘 부탁하고, 나이가 들고 세월이 흘러도 친구처럼 연인처럼 행복한 우리가 됐으면 좋겠어. 사랑해!”

sum-la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