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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벌이 이용한다 오해도 받지만
그 친구들과 같이 늙어갈 것”

행복한우리동네의원장, 수원시자살예방센터장, 비정부기구(NGO) 세계의심장 상임이사, 그리고 협동조합 행복농장 이사장까지. 현재 활동 중인 직함들만 봐도 안병은 이사장은 말보다 행동파다. 안 이사장은 정신장애인들이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 제일 필요한 것은 결국 일자리와 주거공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그가 정신장애인들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차린 것은 편의점이었다. 2007년 9월 1일 편의점을 개업한 이후 2개의 매장이 추가됐고, 2008년 11월에는 운동화 빨래방과 세탁 공장, 같은 해 12월에는 정신장애인들을 위한 소통의 장인 ‘우리동네 커피집’이 문을 열었다. 사회적 기업 ‘주식회사 우리동네’는 10년이 넘도록 정신장애인들에게 일터인 동시에 지역사회에서 이웃과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울타리가 돼줬다.

‘주식회사 우리동네’의 기틀을 세우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이런저런 사업 시도로 40대 초반의 나이에 많은 빚을 지기도 했다. 값비싼 수업료라고 생각하며 이익을 남기거나 투자금을 회수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에 움츠러든 때도 있었다. 안 이사장은 “캄보디아 자원봉사와 행복농장을 하면서 빚을 갚고 사람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며 “세상 물정 모르고 시작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자리도 잡고 빚도 가시권 안에 들어왔다. 하지만 60세까지는 갚아야 할 것 같다”며 웃음을 지었다.

때로는 정신장애인을 채용한다는 이유로 오해와 편견의 시선에 시달리기도 했다. 정신장애인들을 이용해 돈을 벌어 집까지 샀다거나, 병원에 환자들을 유인하기 위해서 사회적 기업을 한다는 등 의심과 비난도 겪었다.

안 이사장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그는 지난해 11월 한국의 정신질환 치료 시스템을 신랄하게 비판한 책 ‘마음이 아파도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세상’(한길사)을 펴냈다. 안 이사장은 ‘이 책은 나의 혁명에 관한 책’이라고 설명한다. 자신의 아픔을 인정받을 수 있는 세상, 중증 정신질환자도 사람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세상이 그가 이루고 싶은 혁명이다. 직접 진료실이나 지역 현장에서 만났던 정신질환자들의 이야기와 해외의 직업재활 성공 사례를 풀어낸 책에선 그가 꿈꾸는 세상을 엿볼 수 있다. 안 이사장은 조현병 증상과 관련한 다큐멘터리를 찍는 팀, 조현병에 관한 곡을 담은 미니앨범을 준비 중인 조현병 당사자와 인디밴드의 공동작업 등도 지원할 계획이다.

나주예 기자 juy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