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본부장 직무대행 체제
사장 유고시 업무 총괄 공백
지하철 안전사고 우려 커져

내부선 밥그릇 싸움 등 잡음
적자 눈덩이…자구책도 없어

하루에 563만 명이 이용하는 서울 시민의 발 ‘지하철’의 안전책임자가 내부적인 문제로 공석이 됐다.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한다지만 지하철 안전 사고 대처는 고도의 전문성과 신속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국 최대 교통 공기업이자 서울 지하철 1∼9호선 운영사인 서울교통공사는 2017년 5월 출범 시 제시했던 야심찬 목표와 달리 조직 내부의 화학적 결합을 이루지 못하고 누적 적자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는 평가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11일 서울시의회와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교통공사는 지난해 8월 임명된 심재창 안전관리본부장을 12월 21일 자로 기술본부장 발령을 낸 후 안전관리본부장은 안전계획처장(2급)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안전관리본부장은 사장 유고 시 사장 업무를 대행하는 보직으로 고객·기술·차량 업무도 총괄한다. 안전한 지하철 운행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권한이 부여된 것이다. 하지만 처장급 간부가 직무대행을 하게 되면서 유사시에 고위 간부들을 지휘하며 신속한 조치가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을 낳고 있다. 안전관리본부장을 처장급으로 격하한 건 공사가 최우선 경영목표로 ‘안전’을 제시한 것과도 배치된다.

공사 내부에서 서울메트로(1∼4호선) 출신과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 출신 간 밥그릇 싸움도 계속되고 있다. 통합 공사는 출범 당시 두 기관 출신 간부 배치를 균형 있게 하기로 합의했지만, 현재 공사 상임이사 4명 중 공석인 안전관리본부장을 뺀 고객·차량·기술본부장은 모두 서울메트로 출신이고, 기획·인사·예산·노무 등 이른바 ‘물 좋은’ 보직도 메트로 출신 간부들이 독식하고 있다는 문제 제기가 시의회 등을 통해 많이 접수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공사가 내부 문제는 해결하지 않고 ‘무임운송 손실’만 이유로 들며 정부와 서울시에 손만 벌리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다. 성중기(국민의힘) 서울시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교통공사의 부채총액은 5조311억 원으로, 통합 전인 2016년 4조3430억 원에서 6881억 원 증가했다. 2016년 3000억 원대였던 영업적자도 2017년 5219억 원, 2018년 5322억 원, 2019년 5324억 원, 지난해 7028억 원(9월 기준)으로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통합 공사 출범 당시 ‘매년 214억 원의 재정적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 무색한 수준이다.

이에 대해 교통공사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조직 개편이 마무리되는 대로 조기에 안전관리본부장을 임명할 것”이라며 “간부 출신의 경우 일부러 편파적인 조직 관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적임자를 배치해 서서히 두 기관 간 비율이 비슷해지는 과정”이라고 해명했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