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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동 경제부 부장

자본주의 체제에서 자연스러운 경제 흐름은 경제가 경제 자체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다. 물론 자본주의에 아무런 통제를 하지 않으면 많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런데도 경제의 기본은 경제가 자체의 논리대로 움직이도록 하고, 필요한 경우에만 개입해야 한다는 점은 옛 소련이나 덩샤오핑(鄧小平) 등장 이전 중국 등 사회주의 경제의 참혹한 실패에서 입증됐다. 그런데도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삼류(三流) 사회주의 경제 실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참으로 딱한 일이다. 정부가 경제에 개입하는 방식은 크게 봐서 규제와 장려, 2가지다. 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규제를 많이 받은 부동산(주택)과 새롭게 장려된 지역사랑상품권(이하 지역상품권·지역화폐 포함) 정책을 살펴보자.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값을 잡겠다며 출범 이후 25번이나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부동산값이 급등하는 데도 공급을 늘릴 생각은 하지 않고, 세(稅) 부담 강화 등 수요 억제에만 골몰했다. 모든 규제는 다수가 규제를 받지 않는 상황에서 소수가 규제를 받아야 효과가 큰 법이다. 그러나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송언석(국민의힘) 의원의 분석 결과를 보면, 현재 우리나라의 부동산 규제지역(조정대상지역)은 전 국토의 8.8%인 26억6218만 평(8800.58㎢)에 달하며, 전체 국민의 70.1%에 해당하는 3632만7710명이 규제 지역에 살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7명이 규제를 받는 상황에서 부동산 대책이 ‘약발’이 있을 턱이 없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재정(국민 세금)을 쏟아부어 발행하고 있는 지역상품권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2018년 66개에 불과했던 지역상품권 발행 지방자치단체는 올해 230개에 이어 내년에는 231개로 늘어난다. 우리나라 지자체 총수가 236개라고 하니 내년에는 전체 지자체의 97.9%가 지역상품권을 발행하는 셈이다. 발행 규모도 2018년 1000억 원에서 2019년 2조3000억 원, 올해 9조6000억 원에 이어 내년에는 15조 원으로 급증한다. 불과 3년 만에 발행 규모가 149배나 늘어나는 것이다. 사람들이 지역상품권을 쓰는 것은 10%의 ‘캐시백(현금 환급)’ 때문이다. 일부 지자체만 발행했을 때는 지역상품권이 해당 지역 자영업자의 매출을 늘리는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거의 모든 지자체가 발행하는 지금은 지역상품권이 자영업자의 매출 증대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매우 회의적이다. 일부에서는 “지역상품권을 도입한 뒤 지역 자영업자 매출이 늘었다”고 입에 거품을 문다. 사실 세금으로 상품과 서비스 가격을 10% 깎아주는 지역상품권을 내년 기준으로 15조 원어치나 발행하는데 자영업자 매출이 전혀 안 늘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경제학에서 중요한 질문은 ‘자영업자 매출이 늘었느냐?’가 아니고 ‘투입한 비용(세금)보다 편익이 더 많이 증가했느냐?’다.

실효성 없는 규제 정책은 국민의 삶을 지옥으로 몰아넣고, 무책임한 장려 정책은 천문학적인 혈세 낭비일 뿐이다. 거창한 경제 이론도 필요 없고, 초등학생에게 물어봐도 알 수 있는 상식(常識)을 문재인 정부는 언제까지 모르는 척하면서 고집을 피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