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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고민

50대 직장인입니다. 몇 년 전부터 연말이 되면 나이를 먹는 게 부쩍 두렵고 우울해집니다. 이제 퇴직이 얼마 남지 않아 뭐라도 준비해야 하는데, 올해도 걱정만 했지 정작 해놓은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한 해를 무의미하게 보낸 것 같아 후회스럽습니다. 그래도 예전에는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면 덜 우울했는데,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연말모임이 없다 보니 더 우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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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홀리데이 블루스’는 전세계적 현상… 조절만 잘하면‘자기개선 동력’
▶▶ 솔루션

올해는 참 힘든 한 해였습니다. 그런데 꼭 코로나19 때문이 아니라도 연말이 되면 평소보다 더 우울해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2013년도의 한 조사에 의하면 직장인 515명 중에 약 84.8%가 ‘연말이 되면 마음의 후유증을 겪는다’고 답할 정도로 평소보다 기분이 안 좋아진다고 합니다.

미국심리학회에서도 휴가나 연말연시 등에 느끼는 우울감을 ‘홀리데이 블루스(Holiday blues)’라는 별도 용어로 부를 만큼 이는 전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그럼 왜 연말이 되면 우울해질까요? 평소 우리의 시간에 대한 시야는 아주 좁습니다. 그냥 눈앞만 보고 하루하루 살아가기 쉽습니다. 그러다 연말이 되면 시간의 시야가 넓어집니다. 고개를 들어 지난 1년을 돌아보고 인생의 어디쯤 와 있는지를 돌아보게 됩니다. 그리고 앞을 바라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생각합니다. 이 과정에서 흔히 ‘한 일 없이 또 나이만 먹는구나!’라는 후회와 자책에 빠지기 쉽습니다. 이 후회와 자책이 우리를 우울하게 합니다. 특히,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강박이 강하거나, 자신의 능력에 맞지 않게 거창한 계획을 세우거나, 시간이 지나면 막연히 좋아질 것이라고 낙관하거나, 남과 비교를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홀리데이 블루스’에 빠지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 후회나 자책이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이 감정들이 심하면 비관과 자기혐오로 이어지지만 잘 조절하면 자기개선으로 이어질 동력이 됩니다. 후회와 자책은 기본적으로 자신을 돌아보는 인간만이 가지는 자기성찰적 감정이기 때문입니다. 삶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습니다. 돌아볼 줄 알기에 제대로 나아갈 수 있고, 후회할 줄 알기에 개선할 수 있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이 연말에 후회와 자책의 감정을 좀 더 깊이 만나보면 좋겠습니다. 올해 무엇을 해야 했거나 무엇을 하지 말았어야 했을까요? 하려고 했던 것을 못했다면 왜 못했을까요? 퇴직 이후의 삶을 위해 2021년도에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혼자 준비하기 어렵다면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필요는 없을까요? 새해 역시 엄중한 한 해가 예상됩니다. 위기일수록 우리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합니다. 우리 모두 마음을 단단히 먹고 새해를 맞이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