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권의 ‘경제 환각’이 부를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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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협 경제부장

온갖 수당 상품권 지원금 남발
코로나 핑계로 현금 무한 살포
심각한 부작용 시한폭탄 단계

현실성 없는 MMT 논리에 기반
돈 풀어 세금으로 걷자는 환상
補選大選 맞물려 경제 망칠 것

대한민국 경제에 선거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난 극복, 저출산·고령사회 해법, 빚투·영끌을 통한 전례 없는 부동산 광풍과 주식시장 열기로 인한 부작용, 이런 모든 경제문제 해법에 집권 여당의 표(票) 계산이 개입해 있다.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내명년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기회가 닿는 대로, 억지로 구실을 만들어서라도 돈을 살포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영아수당 신설, 전국적 지역사랑상품권 살포, 방역 위기 속 소비쿠폰 재개 방침 등 연말에 쏟아진 몇몇 정책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아동수당과 별개로 영아수당을 신설했다. 2021년 30만 원, 2022년 40만 원, 2023년 50만 원을 주겠다는 계획이다. 출산과 육아에 정부 지원이 꼭 필요하다 해도 이런 식으로 ‘돈을 더 줄 테니 출산을 하라’는 논리는 철학적 접근법부터 잘못됐다. 더구나 뼈아픈 실패의 경험이 생생하다. 지난 14년간 저출산 대책에 200조 원 이상을 쏟아부었는데도 합계출산율은 0.92에 불과하다. 저출산 대책이라는 개념을 아예 없애자는 제안까지 나올 정도다. 정책 효과야 어떻든 당사자는 공돈을 마다할 리 없으니 포퓰리즘, 선심성 빚잔치의 이면에는 매표 중독증이 도사리고 있다.

지역사랑상품권도 비슷하다. 내년엔 231개 지방자치단체가 상품권을 발행한다. 올해 9조6000억 원이던 규모는 내년 15조 원에 달한다. 5개 시·군을 제외한 전국 지자체의 상품권 지원사업에 국비 1조522억 원이 배정돼 있다. 지역 자영업자·소비자 모두 윈윈이고, 지역경제활성화에 기여한다는 이 사업이 전국적으로 실시될 경우 매출 증가 편익이 사라져 ‘제로섬’ 게임이 된다. 상품권 할인액 재원은 결국 세금이다. 세금 더 내고 할인받는 셈이다. 코로나19 확산기에 방역에 구멍을 내 섣부른 정책으로 비난받았던 소비쿠폰을 내년에 더 많이 뿌리겠다는 발상도 걱정이다.

이런 정책을 밀어붙이는 정부·여당의 머릿속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이론적 무기, ‘현대화폐이론’(MMT·Modern Monetary Theory)이 문제의 근원이다. 정통 경제이론도 아니고 정치적 도그마에 불과하다. 정부·여당이 MMT에 빠져 있는 한 유사 정책이 무궁무진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기본소득 주장도 맥락이 같다. 부담은 고스란히 다음 세대의 몫이다. MMT는 경기 부양과 완전 고용을 위해 정부가 화폐를 무한정 발행하고 중앙은행은 국채매입을 통해 유동성을 무한히 공급하라는 논리를 핵심으로 한다. 주류 경제학에서 “쓰레기” “좌파의 정치사상”으로 평가되는 MMT는 미국에서 태생한 이론이자 글로벌 기축통화를 가진 미국이라는 무대에서만 그나마 힘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미국 내에서도 좌파 정치인에 의해 선호되는 변방의 이론이다.

넘쳐나는 유동성을 걱정하지 않는 문재인 정부의 태도 역시 풀린 돈을 세금으로 거두면 문제없다는 MMT 논리에 기반한다. 국가채무에 대한 경고를 무시하는 경향도 마찬가지다. MMT는 정부가 자국 통화 표시 채무의 과다로 파산하는 일이 없기 때문에 적자 국채 발행이 늘어도 괜찮다는 인식 위에 구축돼 있다. 과연 그런가. 미국조차 부채 상한제를 둬 통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24일 발표한 자료를 분석하면, 문 정부의 확장재정 정책이 국가를 부채의 늪으로 떠미는 실상이 드러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0.6%까지 떨어지고, 국가채무 증가율은 16.2%로 상승한다고 전망했다. 나랏빚·가계 빚 최악 폭증에 금융 위기의 시한폭탄이 째깍거린다.

게다가 한국은 기축통화국이 아니다. 재정만능주의는 재앙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넘치는 유동성이 생산적 투자·소비로 이어지지 않는 점 역시 심각하다. 버블이 터졌을 때 폭발력이 클 수밖에 없다. 실물경제가 받쳐주지 않는 상황에서 ‘코스피 3000시대’를 언급한 문 대통령이 본질을 제대로 보는지, 위기 대책은 갖고 있는지 의문이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마저 빚투와 영끌의 위험수위를 경고한 바 있다. 화려한 MMT 쇼의 막이 내린 뒤 텅 빈 곳간을 발견하게 될 관객들의 분노와 실망이 눈에 선하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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