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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아림과 소렌스탐 ‘평행이론’

초등학교때 아버지 권유 입문
LPGA 첫 우승도 ‘US 오픈’
2부 투어 등 거치며 실력쌓아

장타자에도 퍼팅 능력 뛰어나
같은 브랜드 맬릿형 퍼터 사용
삶 궤적·스타일 등 거의 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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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겨울로 연기돼 개최된 올해 US여자오픈 마지막 라운드에서 1오버파로 출발한 한국의 김아림이 3라운드까지 4언더파로 단독 1위를 달리던 일본의 시부노 히나코를 꺾고 극적인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US여자오픈에서 5타차 역전 우승이 나온 건 1995년 스웨덴의 애니카 소렌스탐 우승 이후 25년 만이다.

우승 직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아림은 자신이 어릴 때부터 가장 좋아하는 골퍼이자 롤모델로 소렌스탐을 언급하면서, 이미 지난 2008년 은퇴한 골프 레전드 소렌스탐이 갑작스럽게 소환돼 언론의 재조명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주변에 소렌스탐을 잘 모르거나 심지어 처음 들어본다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아서 개인적으로는 많이 놀랐다. 한편으론 이미 10년도 전에 은퇴한 선수니 비교적 최근 골프를 시작한 골퍼들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고 싶었다.

무려 25년의 나이 차가 나는 김아림과 소렌스탐이지만 단순히 롤모델이자 좋아하는 선수를 넘어 두 사람 사이에는 묘한 평행이론이 존재한다. 먼저 골프 입문 동기와 나이가 비슷하다. 소렌스탐은 스키, 축구, 테니스 등에서 선수로 뛸 정도로 어릴 때 운동을 좋아했으며, 골프광이었던 아버지의 권유로 12살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골프를 치기 시작했다. 마찬가지로 어릴 때부터 다양한 운동을 즐기던 김아림 역시 초등학교 5학년 때 골프를 좋아하던 아버지와 함께 즐기기 위해서 골프를 시작했다.

대기만성형이라는 점에서도 두 사람은 공통점이 있다. 소렌스탐은 미국 애리조나대 2학년을 마치고 중퇴한 뒤 1993년 프로로 데뷔했으나, 그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Q스쿨에 떨어지고 만다. 이듬해 다시 LPGA Q스쿨에 도전해 공동 28위를 기록하며 풀시드가 아닌 조건부 시드로 가까스로 LPGA 진출에 성공했다. 김아림 역시 2013년 프로 데뷔 후 시드전에서 2번이나 고배를 마시는 등 2부 투어에서 3년을 뛴 후에야 겨우 정규투어에 합류할 수 있었다.

LPGA 첫 우승이 US여자오픈이라는 점도 두 사람이 똑같다. 소렌스탐은 데뷔 2년 차였던 1995년 US여자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했는데, 김아림도 2020년 대회에서 LPGA 첫 승을 거뒀다. 공교롭게도 생일까지 10월생으로 같은 두 사람은 만약 올 US여자오픈이 코로나19로 연기되지 않았다면 우승 나이까지 만 24세로 똑같을 뻔했다.

두 사람 모두 투어를 대표하는 장타자로 웨이트 트레이닝을 중시한다는 점도 쏙 빼닮았다. 소렌스탐은 2003년 LPGA 평균 드라이브 거리 부문 1위에 오르는 등 장타를 바탕으로 투어를 지배했다. 장타를 치기 위해 소렌스탐은 일주일에 3∼5일을 체육관에 살면서 엄청난 양의 체력훈련을 소화했다. 한창때는 웬만한 남자도 들기 힘든 300파운드(136㎏)의 바벨로 스쿼트를 할 정도였다.

김아림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평균 드라이브 거리 1위에 올랐다. 김아림의 장타력은 US여자오픈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페어웨이를 지키기 위해 우드와 하이브리드 클럽으로 티샷을 많이 했던 마지막 라운드를 제외하면, 3라운드까지 평균 262.5야드의 드라이버샷으로 출전 선수 가운데 단연 1위였다. 김아림 역시 장타를 위해 비시즌 중에는 매일, 시즌 중에도 일주일에 3일은 체육관에서 1시간 30분씩 땀을 흘린다.

장타자임에도 비교적 퍼팅을 잘하는 편이고, 특히 클러치 퍼트 능력이 있다는 점에서도 두 사람은 일치한다. 소렌스탐은 2001년 스탠더드 레지스터 핑 2라운드에서 열 한 개의 홀을 원퍼트로 끝내는 등 단 25개의 퍼트로 여자골프 역사상 처음이자 유일한 18홀 59타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김아림도 이번 US여자오픈에서 마지막 날 마지막 3개 홀에서 연속으로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우승을 결정지었다. 우연의 일치인지 몰라도 두 사람 모두 같은 브랜드의 맬릿형 퍼터를 사용한다는 점도 닮았다.

국민대 골프과학산업대학원 교수
스포츠심리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