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타이거 우즈(오른쪽)가 2008년 US오픈에서 서든데스 끝에 승리한 뒤 로코 미디에이트(왼쪽)로부터 축하인사를 받고 있다. USGA 홈페이지
마지막날 18번홀서 극적 버디
미디에이트와 승부 원점으로
연장전도 비긴 뒤 서든데스서
파 기록하며 피말린 대결 끝내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토리 파인 골프장에서 2008년 6월 12일부터 열린 제108회 US오픈.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는 사실상 이 대회에 출전하기 힘든 몸 상태를 지니고 있었다. 여러 부상 중에서도 특히 무릎 십자인대 부상이 심각했다. 이 대회를 치른 뒤 수술이 예정돼 있었다. 무리한 대회 출전이란 얘기를 들었던 우즈는 기대 이상이었다. 마지막 날 공동선두에 올랐던 것. 연장전 상대는 미국의 로코 미디에이트였다. 둘의 연장전 대결은 21세기 US오픈 역사에 남을 만큼 가장 길었다.
이미지 크게보기 이인세 골프역사 칼럼니스트
샷을 할 때마다 인상을 찌푸리며 무릎 통증을 호소하면서도 단독 선두까지 올랐던 우즈였지만, 마지막 날 첫 홀부터 부진했다. 첫 홀에서 어이없는 더블보기를 범해 순식간에 1언더파로 내려앉았다. 같은 조의 웨스트우드도 보기를 해 역시 1언더파로 앞 조의 미디에이트에게 공동 선두를 허용했다. 2번 홀에서도 보기로 다시 1타를 잃은 우즈와는 달리 미디에이트는 버디로 2언더파 단독 선두가 됐다. 이후 서로 선두에 오르내리기를 반복했다. 미디에이트는 1언더파로 경기를 끝내고 우즈의 남은 경기를 지켜봤다. 파5 홀인 마지막 18번 홀을 남겨두고 우즈는 이븐파였다. 연장전으로 끌고 가기 위해선 버디가 필수였기에 우즈는 마지막 홀에서 보란 듯 극적인 버디를 잡아냈다. 우즈는 다음날 미디에이트와 함께 연장 18홀에 합류할 수 있었다. US오픈이 전통적으로 치러졌던 월요일 18홀 연장은 이번이 마지막이었다.
둘은 18홀 연장전에서도 나란히 71타로 마쳐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우즈가 초반 버디로 앞섰지만 미디에이트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13, 14, 15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낚아 우즈에게 오히려 1타 앞섰다. 전날과 같은 상황이 재연됐다. 우즈는 연장전 마지막 홀에서도 승부사 기질을 발휘하며 버디를 잡아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제 서든데스 한 홀로 승부를 결정하게 됐다. 서든데스 첫 홀에서 우즈는 파를 기록했지만, 전의를 상실한 미디에이트는 보기로 주저앉았다. 우즈는 이처럼 기나긴 승부 끝에 US오픈 트로피에 다시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미디에이트의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은 우즈의 벽에 막혔다.
2000년 PGA챔피언십에서 미국의 밥 메이도 연장전에서 우즈에 막혀 우승하지 못했다. 2005년 마스터스에서도 미국의 크리스 디마르코 역시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을 앞두고 우즈에게 저지당했다. 우즈는 자신의 세 번째 US오픈 우승 후 이틀 만에 무릎 수술을 해야 했고, 그해 남은 시즌을 포기했다. 우즈의 마지막 US오픈이 됐다. 이후 10년 넘게 메이저 우승은 고사하고 스캔들이 터지면서 이혼과 함께 기나긴 슬럼프에 빠지게 된다.
골프역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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