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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헌법학

尹총장 징계 회부는 위법·부당
법학교수회 행정법원 감찰위
서울지검 간부들도 같은 입장

공정한 징계위 구성부터 난망
일방 구성 땐 절차 정당성 상실
해임 결정해도 법적 시비 계속

제2차 세계대전 초기에 일본의 기습적인 진주만 공습으로 큰 피해를 본 미국이 태평양전투에서 결정적으로 승기를 잡은 것은 1942년의 미드웨이해전과 과달카날전투다. 일본은 하와이의 미 해군력을 억제하려고 미드웨이로 진격했다. 하지만 항공모함 4척을 잃는 등 처절하게 패배하고 말았다. 비슷한 시기에 서태평양에서는 호주 방어선의 전략적 요충지인 과달카날 섬의 비행장을 두고 6개월간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그 결과 역시 일본군의 궤멸이었다. 이후 미국은 태평양의 제해권을 거머쥐었고, 마침내 승전국이 됐다.

전쟁사 연구자들은 과달카날전투에서 일본의 주요 패전 원인을, 지휘관들이 상대인 미국 측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데서 찾는다. 통상 공격을 위해서는 방어군의 화력보다 최소 몇 배 이상이 돼야 하는데도 기관총과 장갑차로 중무장한 1만여 명의 미군을 앞에 두고 경험 없는 지휘관들이 겨우 몇천 명의 병사에게 돌격 명령만 내렸으니 참혹한 패배는 예정된 것이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논쟁도 이 전투의 양상과 매우 유사한 면이 있다. 국민은 이미 어느 쪽이 옳은지에 대해 판단을 내린 듯하다. 지난 1일 법무부 감찰위원회에서도 윤 총장에 대한 감찰과 직무정지가 부당하다는 의견을 개진했고, 행정법원의 판결 취지도 같았다. 또한, 서울중앙지검의 1, 2, 3, 4차장과 공보관이 모두 사실상 서울중앙지검장의 사퇴를 건의했었다고 하니 검찰 내부의 의견도 똑같다.

나아가, 침묵을 지켜 왔던 법학교수회도 검찰총장에 대한 초유의 직무정지 및 징계가 부당하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서에 따르면 ‘국민이 원하는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검찰총장의 직무를 정지시킨 법무부 장관의 처분은 위법·부당한 것으로, 검찰의 중립성을 훼손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렇게 안팎으로 검찰 흔들기를 멈추라는 국민의 요구가 분출하는데도 기어코 총장에 대한 징계와 면직을 강행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불행한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첫째, 윤 총장 측에서는 법적 징계나 면직에 대해 헌법소원, 가처분, 본안소송 등 다양한 사법적 권리를 법률에 따라 절차대로 차근차근 행사할 것이다. 만일 그중 하나라도 법원이 받아들인다면 징계와 면직의 정당성은 근거를 잃게 된다.

둘째, 오는 10일에 열린다는 징계위원회도 순항할지 미지수다. 법무부 장관이 일방적으로 징계위원들을 지명해 징계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두고두고 검찰의 독립성을 해치는 결정을 해야 하는데 누가 덥석 그 자리를 수락할지 의문이다. 반드시 기피나 회피 또는 제척 사유가 있는 사람들로 구성되기 십상인데 그렇게 되면 징계의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은 크게 훼손될 것이다.

셋째, 설령 징계 절차를 거쳐 대통령이 윤 총장을 해임한다고 해도 여전히 정치적 책임 문제는 고스란히 남는다. 최근 코로나로 인한 경기침체 상황에서 연일 치솟는 부동산값, 세금 문제 등을 둘러싸고 민심의 향배가 그다지 정부·여당에 호의적이지 않은데, 지금 해임을 강행한다면 민심이 돌아서는 속도가 더 빨라질 건 뻔하다.

1988년 현행 제9차 개정헌법의 시행 이후 역대 대통령들은 모두 예외 없이 집권 4년 차 즈음부터 정권의 힘이 빠지는 이른바 ‘레임덕’ 현상을 겪어 왔다. 대개 ‘순장조’라 불리는 핵심 참모 그룹을 전진 배치해 공직사회를 향해 눈을 부라려 보고, 비판적 언론들에 압박도 가해 봤지만, 모두 내부 측근과 가족들의 부정 비리로 어려움을 겪다 쓸쓸히 퇴장했다. 퇴임할 때 처음의 국민적 인기를 한몸에 받고 청와대를 떠난 대통령은 흔치 않았다. 나만은 예외일 거라고, 예외가 돼야 한다고 몸부림칠수록 시간이 흐름에 따라 민심은 점점 떠나간다. 레임덕을 피할 수 없다면 받아들여야 한다.

만일 민주투사 고 김영삼 대통령이, 요즘처럼 막강한 정권이 권력분립주의에 위배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같은 새로운 통제 불능의 권력 기구를 만들거나 권력의 치부(恥部)를 감추기 위해 검찰을 흔드는 일을 봤다면 뭐라고 했을까? 다시 한 번 목숨을 걸고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외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