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청구와 직무정지가 원천적으로 엉터리임은 이미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법원의 집행 정지 결정문과 법무부 감찰위원회의 만장일치 철회 요청이 이를 확고하게 증명한다.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절차적 정당성·공정성이 중요하다”고 한 것은 책임 회피를 위한 핑곗거리를 하나 만든 데 불과하다. 특히, 윤 총장 징계가 부당하다며 사표를 낸 고기영 법무차관 후임에 이용구 변호사를 이틀 만에 임명한 것도 마찬가지다. 윤 총장이 최고 지휘권자인 ‘원전 경제성 조작 사건’의 핵심 혐의자인 백운규 전 장관 변호인이었던 사람을 당연직 징계위원에 앉혀 놓고 “징계위원장을 맡기지 않도록 한 것도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 확보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을 바보로 여기는 궤변이다.

법무부는 지난 2일 예정됐던 징계위를 4일로 한차례 연기한 뒤 문 대통령 언급 직후 10일로 또 미뤘다. 속사정은 차차 드러나겠지만, 절차적 하자를 자인한 셈도 됐다. 4일 현재 당연직을 제외하고 징계위원이 누구인지도 밝히지 않고 있다. 윤 총장 측이 받은 징계 관련 서류도 신문 기사 스크랩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이런 결함 이전에 징계 청구와 직무정지는 원천적으로 정당성이 없다. ‘꼭두각시 징계위’로 중징계를 강행해도 법원에 의해 징계 집행 정지도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추 장관 폭주를 방조해온 문 대통령이 자신에게 돌아올 책임을 의식한 것 같다.

문 대통령 언급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불법으로 점철된 징계 회부 자체를 철회하고, 직무정지도 없던 일로 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그 뒤에 정당성·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이번 사태를 주도한 추 장관과 그 하수인들을 경질해야 한다. 이용구 법무차관도 다시 바꾸는 게 옳다.

무엇보다 추 장관과 극소수 측근들의 위법 행태는 구체적이고 매우 심각하다. 추 장관이 지난달 대검 감찰부에 직접 ‘판사 사찰’ 감찰을 지시한 것은 검찰청법 위반이다. 박은정 감찰담당관의 직권남용·공용 서류 손상과 대검 감찰부가 윤 총장을 성명불상자로 입건한 것도 규정 위반이다. 심지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심재철 검찰국장 등이 윤 총장을 몰아내기 위한 ‘친위 쿠데타’를 모의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당장 수사로 밝혀야 할 일이 쌓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