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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180만 → 230만원
포항 95만 → 125만원

보유세 부담에 잇단 월세전환

충청·전북·제주, 월세 > 전세
서울 8개 자치구도 월세가 많아

전국적인 전세난이 월세난으로 번지며 지방에서도 월세가 수백만 원에 달하는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한동안 주춤했던 매매시장도 되살아나며 지난달 전국 주택 매매가격 상승률(0.54%)이 석 달 만에 반등했다. 정부가 잇달아 정책을 내놓았지만 약발을 발휘하기는커녕, 부동산 시장의 혼돈 양상은 전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3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경기 성남시 분당구 봇들마을8단지휴먼시아 전용 101.84㎡는 지난달 보증금 1억 원, 월세 380만 원에 세입자를 들였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보증금이 높은 대신 월세는 100만~200만 원 사이였다. 그러나 새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지난 7월부터 월세가 200만 원을 웃돌기 시작했다. 경기 수원시 영통구 광교 아이파크 전용 84.25㎡도 지난 10월 말 보증금 2억 원, 월세 230만 원에 계약됐다. 올해 1월까지만 해도 보증금 1억 원에 월세 180만 원에 거래됐지만, 전세난으로 월세 수요가 늘어나면서 가격이 치솟았다.

지방 상황도 다르지 않다. 대전 서구 둔산동 크로바(전용 134.91㎡, 보증금 2억 원, 월세 230만 원), 대구 수성구 범어동 두산위브더제니스(전용 129.02㎡, 보증금 2억5000만 원, 월세 250만 원 ), 부산 W(전용 123.47㎡, 보증금 5000만 원, 월세 270만 원) 등도 웬만한 회사원 한 달 월급을 월세로 내야 하는 상황이다.

보증금을 제외하고 월세가 수십만 원대였던 지방 중소도시에서도 100만 원이 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 자이(전용 84.96㎡)는 지난 7월 보증금 2000만 원, 월세 95만 원에 거래됐는데 지난달엔 보증금 3000만 원, 월세 125만 원까지 뛰었다. 충북 청주시 신영지웰시티 1차(전용 99.13㎡)도 지난 7월엔 보증금 3000만 원, 월세 80만 원이면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엔 보증금 4000만 원, 월세 100만 원을 줘야 한다.

월세난은 정부 통계로도 여실히 드러난다. 한국감정원이 파악한 지난달 전국 주택 월세 수급동향 지수는 104.8이다. 지수가 100보다 높으면 공급 대비 수요가 더 많다는 의미다. 지역별로는 대구(116.0), 대전(110.5), 세종(110.2), 충남(108.1), 전남(104), 광주(102.6), 울산(100.6) 등지에서 월세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임대차법 시행과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상승으로 전세의 월세 전환도 늘고 있다. 아실에 따르면 2일 기준 전국 17개 시·도에서 전세보다 월세가 많은 곳은 전북, 충남, 충북, 제주 등 4곳으로, 지난 7월 대비 2곳이 늘었다. 서울은 1곳(종로구)에서 8곳(종로·강남·송파·서대문·마포·관악·용산·중구)으로 급증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시장에 나온 매물 자체가 급감하다 보니 전세가 월세로 바뀌어도 연쇄적으로 가격상승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일시적 양도소득세 완화 등을 통해 매매시장 문제를 먼저 풀면 순차적으로 전세, 월세로 이어진 부동산 시장의 총체적 난국을 해결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서울은 중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20∼30대의 매매행렬이 이어지면서 서울 한강 이북 아파트값 평균 상승률이 한강 이남 아파트값 상승률을 12년 만에 앞질렀다 .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