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냇가를 지나다가 납작한 돌을 발견하면 어깨 자랑을 하고 싶은 이들은 물수제비를 뜬다. 돌의 면을 잘 맞춘 뒤 회전을 잘 주어 던지면 물 위에서 통통 튀기도 하고 미끄러지기도 하며 건너편에 도달한다. 그런데 이게 왜 물수제비일까? 수제비는 밀가루를 반죽한 뒤 손으로 얇고도 넓게 뜯어 장국과 함께 끓여낸 음식이다. 뜯어낸 밀가루 반죽의 모양이 물수제비에 쓰는 돌과 닮은 것일까? 아니면 돌이 물 위를 통통 튀며 내를 건너는 모습이 장국에 수제비를 뜯어 넣을 때의 모습과 비슷한 것일까?

밀은 통으로 먹는 일이 드물어 가루를 낸 뒤 반죽을 해야 음식을 만들 수 있다. 밀가루 반죽으로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요리가 수제비인데 이 단어의 기원이 좀 애매하다. 옛 문헌에는 ‘슈져비’로 나오는데 ‘슈’는 물을 나타내는 ‘수(水)’나 손을 나타내는 ‘수(手)’일 것으로 보는데 아무래도 후자에 가깝다. ‘져비’는 ‘접다’의 옛말인 ‘졉다’에서 온 듯하다. 밀가루를 반죽해 길게 늘인 후 손으로 접어 떼니 그리 됐을 수 있다. 방언에서는 ‘뚝제비, 뜨데국, 뜯먹국’ 등으로도 나타나는데 아무래도 밀가루 반죽을 뚝뚝 뜯어내어 만드는 것이니 이런 이름을 붙인 것으로 보인다. 한자와 고유어가 다소 부자연스럽게 결합되기는 하나 이것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수제비보다 더 진화된 밀가루 요리는 국수이다. 국수를 중국에서는 ‘？탸오(面)’라고 하는데 ‘조()’는 나뭇가지처럼 가늘고 긴 것을 뜻하니 국수의 모양을 강조한 말이다. 이렇게 길게 뽑아낸 것을 이탈리아에서는 ‘스파게티’라고 하는데 이 말은 줄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스파고(spago)’에서 왔으니 결국 가늘고 긴 모양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국수, ？탸오, 스파게티 모두 일정한 굵기로 길게 뽑아내어 보기도 좋고 씹는 맛도 좋다. 그래도 빡빡한 세상을 살다 보면 가끔은 삐뚤빼뚤 혹은 울퉁불퉁한 수제비가 더 정겹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