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방탄소년단이 미국 진출의 마지막 꿈이라고 말해왔던 그래미어워즈 후보 지명이 현실로 이뤄졌다. 그래미를 주관하는 미국 레코딩 아카데미는 25일 오전 실시간 중계로 83개 부문의 후보를 발표했다. 방탄소년단은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에 올랐다.

‘베스트 팝 듀오／그룹’ 부문에
영어곡 ‘다이너마이트’로 후보

‘아메리칸뮤직어워즈’는 3년째
‘빌보드어워즈’는 4년째 수상
3대 음악상 ‘그랜드슬램’ 노려

‘월드 아이돌’ 방탄소년단(BTS)이 미국 최고 권위의 음악상인 그래미어워즈 후보에 오르며 또 한 번 K-팝의 역사를 썼다.

방탄소년단은 25일 오전 2시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진행된 제63회 그래미어워즈 후보작(자) 발표에서 ‘다이너마이트’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Best Pop Duo/Group Performance)’ 부문 후보에 올랐다. 한국 대중음악 가수로는 사상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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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방탄소년단은 한국 가수로는 최초로 그래미어워즈, 아메리칸뮤직어워즈, 빌보드뮤직어워즈 등 미국 3대 음악상에 모두 후보로 오르는 기록을 갖게 됐다. 아메리칸뮤직어워즈와 빌보드뮤직어워즈에선 각 3년과 4년 연속 수상한 바 있어 그래미어워즈에서도 수상하면 이른바 ‘그랜드슬램’을 이루게 된다.

방탄소년단이 후보 지명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은 그래미어워즈에서도 주요 부문에 속한다.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앨범’ ‘올해의 노래’ ‘신인 가수’ 등 4대 본상에 들지는 않지만 그래미 전체 83개 부문 중에 6번째로 거명될 정도로 비중이 크다.

같이 후보에 오른 다른 4명의 얼굴을 봐도 알 수 있다. 제이 발빈·두아 리파·배드 버니·테이니가 합친 ‘언 디아(Un Dia)’, 저스틴 비버와 퀘이보의 ‘인텐션스(Intentions)’, 레이디 가가와 아리아나 그란데의 ‘레인 온 미(Rain On Me)’, 테일러 스위프트와 본 이베어의 ‘엑사일(Exile)’이다. 그동안 닐 나스 엑스와 빌리 레이 사이러스, 레이디 가가와 브래들리 쿠퍼 등이 이 상을 받았다. 아시아권 가수가 후보에 오른 적은 없었다.

‘다이너마이트’는 방탄소년단이 지난 8월 21일 발매한 디스코 팝 장르의 영어곡이다. 한국 대중음악 사상 처음으로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에서 통산 3주간 1위를 기록했고 대중적으로도 흥행했다.

방탄소년단은 SNS에 한 편의 동영상을 올려 기쁨과 감격을 대신했다. 발표자로 나온 흑인 여성 래퍼 메건 디 스탤리언이 “다이너마이트 BTS”를 외치는 순간 이를 지켜보던 지민·RM·정국·뷔가 소파에서 박차고 일어나 환호하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그동안 그래미 후보 입성과 수상이 소망이라고 여러 차례 밝혀왔다. 앞서 리더 RM은 23일 공개된 미국 잡지 에스콰이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래미 후보에 올라 가능하면 상을 받고 싶다”며 “미국 진출 여정의 마지막은 그래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팬들은 새벽 시간에도 아랑곳없이 실시간 발표를 지켜보며 열렬히 응원했다. 트위터에는 실시간 트렌드로 ‘그래미 간다’ ‘그래미 노미’ 등이 올랐고, 각 트렌드에는 수만에서 수십만 건의 트위트가 달렸다. 네티즌들은 “꿈은 이루어진다” “꼭 수상까지 이어지길” 등의 축하 메시지를 띄웠다.

외신들도 그래미의 놀라운 결과에 주목했다. 미국 연예 매체 ET는 “BTS가 ‘다이너마이트’ 후보 지명으로 다시 한 번 그래미 역사를 만들었다”며 “진정하라 아미여, BTS에 대한 레코딩 아카데미의 무시도 이젠 끝났다”고 전했다.

USA투데이는 BTS의 후보 지명에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더 위켄드는 단 하나의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고 레이디 가가, 해리 스타일스, BTS는 주요 부문 후보에서는 제외됐다. 팬들은 왜 BTS가 겨우 한 부문에 후보 지명됐는지에 대해 궁금해한다. 이제 그래미도 주류 음악시장에서 큰 성과를 보여준 K-팝을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방탄소년단은 보수적이고 콧대 높은 그래미의 문을 세 번 두드린 끝에 후보 지명됐다. 2019년 제61회 그래미어워즈에서는 시상자로 무대에 섰고, 올해 초 제62회 시상식에선 릴 나스 엑스와 합동 무대를 펼쳤다.

이번 그래미어워즈는 지난해 9월 1일부터 올해 8월 31일까지 발표된 작품이 심사 대상이다. 후보를 제출받은 뒤 미국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들이 1차 투표해 후보를 선정했다.

이후 내년 1월 4일까지 수상자를 가리기 위한 최종 투표가 이뤄진다. 수상자는 내년 1월 31일 열리는 그래미어워즈에서 발표된다. 한편 최근 인기 상승세를 타며 신인 가수 후보 지명 가능성이 제기됐던 걸그룹 블랙핑크는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