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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블레스 오블리주 앞장

김종규 삼성출판박물관장과 이연수 모란미술관장은 문화를 통해 공동체에 기여하겠다는 책무감이 강하다.

“10년이면 기(技), 20년이면 법(法), 30년이면 도(道)의 단계라고 하잖아요.” 이렇게 말한 김 관장의 도는 사회 공헌이다. “저는 출판을 통해 사회로부터 혜택을 받은 사람입니다. 마땅히 되돌리는 봉사 활동을 해야 하는데, 그중 하나가 박물관 사업입니다.”

그가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을 맡아 보수를 받지 않으며 헌신하는 것도 사회적 책임을 다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가 취임할 때 1000명 미만이었던 문화유산국민신탁 회원은 현재 1만6000여 명에 달한다. “우리가 진짜 선진국으로 가려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사람이 많아져야 해요. 제가 솔선수범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늘 합니다.”

그는 책 ‘어느 할아버지의 리더십 이야기’(박정기 지음)를 두 번 읽은 후 메모한 내용을 보여줬다. “여기에 하늘을 두려워하라는 게 있습니다. 맞습니다. 그래야 사회에 환원하며 살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어요.”

이 관장은 미술관을 운영하면서 점차 사회적 역할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전시뿐만 아니라 미술관학교, 흙 놀이 도예교실, 미술교육 프로그램, 미술 관련 총서 및 작품집 발간과 같은 문화 사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온 것은 그 때문이다.

그는 미술관이 3가지 요소를 지녀야 한다고 믿는다. 새로운 시각에서 전시를 기획하고 미술 문화를 체계적으로 교육할 수 있어야 하며, 관람객·지역민들과의 소통이 활발히 일어나야 한다. 미술관 건물이나 환경도 미학적인 요소가 고려돼야 한다.

그의 소신에 맞게 모란미술관은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독특한 미감을 자랑하는 건물을 갖추고 있다. 8600여 평에 달하는 야외 조각전시장은 수도권 시민들의 가족 휴식 공간으로 역할을 해 왔다.

이 관장은 지난 2018년부터 올 4월까지 한국사립미술관협회장을 지냈다. 국공립 미술관과는 다른 사립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애쓰는 한편 협회 내부 갈등을 다스리기 위해 소통에 힘썼다. 유관협회와의 충돌을 추스르며 화합을 시도했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모란미술관이 30년을 지속하며 사회에 기여할 수 있었던 것은 미술을 통해 문화를 나누겠다는 이 관장의 철학과 의지 덕분”이라고 했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