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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진원 경희대 교수, 학술지 ‘오토피아’에 논문 게재

“조국 등 여권 내로남불적 태도
상대에만 도덕적 잣대 들이댄
성리학적 사유구조서 비롯돼

그들은 겉으론 정의 부르짖으며
반칙 일삼는 입신출세자의 상징”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586 운동권 그룹의 행태는 조선시대 위정척사 운동으로 대표되는 유교적 습속을 내면화했다. 이는 민주공화국 규범인 공화주의와 충돌하면서 국민 상식을 파괴하고 있다.”

채진원(49·사진)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최근 학술지 ‘오토피아’ 가을호에 게재한 논문 ‘586 운동권 그룹의 유교적 습속에 대한 시론적 연구’에서 여권 인사들의 이분법적 세계관을 주자학과 성리학 등 유교 사상과 연결해 비판했다. 채 교수는 ‘공화주의와 경쟁하는 적들’ 등을 펴낸 중견 정치학자다.

논문은 ‘조국 사태’에서 극명히 드러난 여권의 ‘내로남불적 태도’에 대한 진단과 처방의 실마리를 성리학적 사유에서 찾는다. 채 교수는 “성리학적 사유구조는 상대를 공격할 때만 엄격한 도덕성의 잣대를 들이대는 ‘이율배반적 방어기제’를 내포하고 있다”며 “조선 후기 실학자 박지원은 한문소설 ‘호질’과 ‘양반전’을 통해 당시 지배계층의 위선적 도덕주의를 통렬하게 비판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조 전 장관과 586 운동권 그룹은 ‘조국 사태’ 이후 자신들은 도덕주의적 대인배로서 성인군자로, 상대는 사악한 소인배로 규정하면서 소인배를 ‘위정척사’와 ‘권선징악’의 대상으로 삼아 타도하고 절명해야 한다는 주자학적 민족주의 논리를 재현했다”며 “상대를 ‘토착 왜구’나 ‘적폐 세력’으로 악마화하는 신념구조는 병자호란 이후 ‘선(善)=중화, 악(惡)=청’으로 차별하는 송시열의 ‘소중화론’과도 통한다”고 분석했다. 1860년대 일어난 위정척사운동은 성리학을 제외한 모든 종교와 사상을 사학(邪學)으로 규정짓고 배격한 반제 민족주의 운동이었다. 채 교수는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조국 사태를 중심으로 논문을 썼지만 이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등 여권 지도자들에게도 해당하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논문은 “유교적 습속이 오늘날 586 정치인들에 의해 ‘민주 대 반민주’ ‘진보 대 보수’라는 좌우 진영 논리로 계승되면서 시대착오적이고 반민주주의적인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며 “21세기 시대 상황에 부합하지 않는 ‘이분법적 선악관’은 극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586 운동권은 겉으로는 공정과 정의를 부르짖으면서 속으로는 반칙을 일삼고 기득권을 탐하는 ‘입신 출세자의 상징’이 됐다”며 “독재 정권에 저항하며 민주화를 주도한 586 정치인의 ‘재민주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