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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규 논설위원

‘영어사전의 영어사전’으로 불리는 영국 옥스퍼드 사전에는 21만8600여 단어가 수록돼 있다. 그중 한국어 표제어는 2013년 9월 기준으로 10여 개. 조지은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에 따르면, 가장 먼저 등재된 한국어는 언문(諺文)이다. 1882년 ‘onmun’이란 표제어로 올랐다. ‘한글’은 그보다 70년 뒤인 1952년 6·25전쟁 중에 등재됐다. 언문에 이어 기생·고누가 1895년에, 그 3년 후엔 김치·면(面)·시조(時調)·양반이 옥스퍼드 사전에 올랐다. 그 밖에 막걸리·비빔밥·온돌·원(화폐 단위)·태권도·합기도도 표제어다. 일본어는 300개가 넘고 중국어도 300개에 가깝다는 사실과 비교하면 한국어는 그 30분의 1 수준이다.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창궐 중인 가운데 영국의 저명한 영어사전 출판사 콜린스가 올해의 단어로 ‘록다운(lockdown·폐쇄)’을 선정했다고 한다. BBC 방송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수십억 지구인이 공유한 경험을 압축한 단어라는 해설을 곁들였다. 콜린스는 록다운뿐만 아니라, 올해 미국에서 시작된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 캠페인의 축약어인 BLM(Black Lives Matter)도 2020년의 단어로 꼽았다. 또한, 영국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왕자빈이 왕실에서 독립한 것을 브렉시트에 빗댄 조어 메그시트(Megxit)도 올해를 상징하는 단어에 포함시켰다.

콜린스가 뽑은 톱 10 단어에는 한국어 ‘먹방’도 들어 있다. 국립국어원 규정에 따른 먹방의 로마자 표기는 ‘meokbang’이지만, 콜린스는 영국 영어로 ‘mukbang’(먹뱅)이라고 했다. 그 뜻은, 시청자의 즐거움을 위해 출연자(host)들이 음식을 많이 먹는 동영상이나 웹캐스트라고 풀이한다. 한국어로, ‘먹는’과 ‘방송’의 합성어라고 출처를 밝혀 놓아 국적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는 먹방을 두고, 식욕을 돋아줘서 좋다는 찬성론이 있는가 하면, 과식을 조장해 건강을 해친다는 반대론도 만만찮다. 국내의 이런 찬반양론과 별개로, 콜린스사 선정 올해의 단어 톱 10에 먹방이 꼽혔다는 것은 영어 사전 등재에 한 발 더 가까워졌음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반갑다. 나라말의 국외 진출은 국력의 상징이기도 하다. 더 많은 우리말이 세계의 다양한 언어 속으로 스며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