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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親서방’ 마이야 산두 당선
러 영향력은 더 약화할듯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로 꼽히는 몰도바의 대통령 선거에서 마이야 산두(48·사진) 전 총리가 이고리 도돈(45) 현 대통령을 꺾고 당선됐다. 몰도바 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될 산두 당선인은 친서방 성향으로 러시아에 기대지 않는 외교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돼 구소련권에 대한 러시아 영향력이 한층 약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6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산두 당선인은 전날 치러진 대선 2차 결선 투표에서 57.75%의 득표율을 획득해 42.25%를 확보한 도돈 대통령을 꺾었다. 이번 결선 투표는 지난 1일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이뤄졌는데, 1차에서도 산두 당선인은 도돈 대통령에 앞섰던 바 있다. 그는 “외교 정책에 있어 진정한 균형을 이루겠다”면서 “루마니아·우크라이나·유럽·러시아·미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와 실용적인 대화를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선거 과정에서 유럽연합(EU)으로부터의 더욱 많은 재정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EU 회원국인 루마니아·우크라이나는 투표 결과가 나온 즉시 축하 인사를 전했고,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몰도바인들은 정의를 우선시하고 부패에 맞서 싸워 더욱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길을 선택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대선 결과는 친러시아 성향의 도돈 대통령이 연임하길 원했던 러시아에 큰 타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의 정치 분석가 콘스탄틴 칼라체프는 “크렘린궁은 몰도바를 잃었다”며 “자신의 영향권 안에 두기 위한 일관된 계획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다만 몰도바 내 친러시아 세력이 향후 이뤄질 조기 의회 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대선 결과에 대해 “양국 관계에 건설적 발전이 있길 기대한다”고 짧게 발언했다.

미국 하버드대 공공정책 전문대학원인 케네디 스쿨에서 공부한 산두 당선인은 2010~2012년 세계은행(WB) 본부에서 집행이사 고문으로 일한 뒤 몰도바로 돌아와 2012~2015년 교육부 장관을 역임했다. 2015년 친유럽 성향 정치단체를 창설하며 정계에 뛰어든 후 야권 대선 주자로 활약하면서 2019년 약 4개월간 총리직을 수행했다.

장서우 기자 suw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