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소송전으로 11·3 대선 결과에 불복하고 측근이 동조하고 있지만, 조 바이든 후보의 당선은 변함없을 것이다. 이번 미국 대선은 ‘트럼프 대 반(反)트럼프’ 대결이었고, 코로나 대응에 대한 입장 차이가 부각됐을 뿐 특별히 관심을 가질 만한 정책 대결이 없었다. 그동안 많이 거론된 차이점은 앞으로 바이든 측은 환경정책을 중시하고, 대중국 견제에서 우방과의 연대를 강화할 것이란 점이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최대 과제는 미국의 사회통합이 될 것이다. 이를 의식한 바이든 당선인은 전체 미국민의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연설에서 강조했지만, 대선으로 둘로 갈라진 미국 사회의 통합은 쉽지 않다. 트럼프가 조기에 대선 결과를 승복할 경우 많이 나아지겠지만, ‘소송 달인’인 그는 국가 분열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19 확산 억제와 일자리 창출 및 경제 살리기도 코앞의 현안이다. 선거 과정에서 코로나 방역 대책을 철저하게 준수했는데, 백악관 입성 후에도 코로나 상황이 진정되지 않으면 봉쇄 조치를 할지 궁금하다. 경제가 또다시 바닥을 칠 조짐이 있기 때문이다.

대선 불확실성이 걷히면서 미국 및 주요국 주식시장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2030년까지 총 6조 달러(약 7200조 원) 재정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바이드노믹스’에 대한 기대감이 큰 것 같다. 기후변화 대응과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해 4년간 2조 달러(약 2400조 원)를 투자하기로 함에 따라 벌써 국내외 환경산업이 들썩이고 있다. 공화당이 다수인 상원에서 세금 인상안이 통과될지 의문이지만, 세금 인상으로 재원을 확보해 환경과 교통 등 각종 인프라를 확충하며, 최저임금으로 중산층을 육성한다는 것이 바이드노믹스의 핵심이다.

미국의 이른바 빅테크 기업들은 환호하고 있다. 바이든은 상원의원 시절에 빅테크 저격수로 통했지만, 이번 선거에서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공화당보다 9배 많은 2억 달러를 민주당에 지원했다.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기업들은 정치자금의 약발이 통할 것으로 보고 바이든 당선을 누구보다 반기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 지난달 미 의회에서는 공화당의 반대에도 민주당이 주도해 GAFA 규제를 촉구하는 보고서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이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크게 세 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다. 첫째, 미국의 코로나 극복 여부가 중요하다. 미국 기업 화이자가 개발한 코로나 백신은 12월 중 승인될 전망이라지만, 팬데믹이 더 심각해진다면 방역 우선 원칙을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 경우 올 상반기와 같은 수출 급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 친환경 인프라 투자 편승 여부다. 아쉽게도 미국 기업에 투자가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은 트럼프보다 국내 조달을 더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셋째, 수출 환경이다. 국제 통상 질서 회복에 나서기보다는 트럼프의 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이다.

종합하면, 경제의 불확실성이 약간 완화될 수는 있겠지만 그다지 기대할 건 없어 보인다. 친환경 산업에 기회가 있을 수 있겠으나, 파리기후협약 복귀 후 미국이 글로벌 환경 정책을 강화할 경우 우리나라 제조업 전체의 기반이 흔들릴 수 있는 만큼 대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