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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우 논설고문

디지털화폐 14억名 거래 추적
사기업들에도 당위원회 설치
공산당의 경제 지배 가능케 해

韓 공정경제 3법과 국민연금
권력의 기업지배 의도 숨겨져
中 닮아가려는 정부 속셈 궁금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당·정·군 3권을 모두 장악하고 있다. 시 주석은 그래도 권력 강화 행보를 멈추지 않는다. 마지막 남은 경제 분야를 장악하기 위한 노력이 쉼 없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국제사회는 중국 런민(人民)은행의 디지털 위안화 시험을 ‘화폐 제로’ 사회를 여는 첫 시도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중국 정부의 의도는 다른 데 있다. 공산당 지배가 당·정·군의 범위를 넘어 경제 전 분야를 완벽히 통제하려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다.

런민은행은 디지털 화폐가 “자금 세탁을 방지하거나 도박과 테러로 흘러들어 가는 돈의 흐름을 감시·예방하는 것은 물론, 민간의 거래 효율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 화폐의 실현은 오히려 14억 전 중국인의 금융 거래 추적을 가능케 함으로써 공산당으로 하여금 새로운 통제력을 갖게 할 뿐이다. 중국 국민은 더 이상 정부의 허락 없이 현금 사용이나 금과 달러·유로화 등을 자유로이 매입할 수 없게 된다. 예를 들어 올해 2분기 중국으로부터의 자금 유출액(직접투자 제외)은 1040억 달러로, 예전에 비해 급증세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무역 수입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수치다. 여태까지는 자본시장의 자유화로 인해 국경을 넘나드는 현금 이동을 감시하는 것이 대단히 어려웠다. 그러나 디지털 화폐가 전면적으로 시행되면 이런 행위는 더 이상 불가능해진다.

금융시장 통제와 더불어 진행되는 것이 미시경제 즉 기업 활동의 전면적 감시 활동과 통제다. 첫 단계 작업이 사기업의 국유화다. 중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는 지난 7월 대형 민간 투자회사인 밍텐그룹이 소유한 주요 금융계열사의 경영권을 박탈했다. 대부분 상장기업으로 자산 총액이 무려 1조2000억 위안(약 206조 원)이었다. 당국은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를 댔으나 그보다는 중국 정부의 본격적인 국유화 확대 조치의 일환이라는 것이 시장의 반응이다. 중국에서는 올 들어 이미 46개 민간기업의 최대 주주가 국유 자본으로 전환됐다.

나머지 민간기업은 여전히 경제 생산의 60%, 도시 노동자의 80%를 차지하고 있으나 이들에 대해서도 공산당의 촉수는 여지없이 확산되고 있다. 시진핑이 19차 공산당대회에서 “동서남북과 중앙에 걸쳐 당은 유일한 영도자가 될 것”이라고 호언한 대로 사기업에 대한 당의 지배력이 갈수록 커지는 중이다. 그 주요 수단이 기업마다 설치되는 당위원회다. 외국기업조차 예외가 아니다. 2017년에는 쑤저우(蘇州)에 있는 삼성반도체가 사내 당조직의 적극 활동으로 중국 언론에 거론되기도 했다. 사기업들마저 더 이상 자유 영역은 존재하지 않는다.

시진핑에게 자극받아서인가? 문재인 정부도 민간기업 영역에까지 국가의 통제권을 확대하기 위해 안간힘이다. 보험업법을 비롯해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이 모두 재벌 그룹 경영주의 경영권을 약화시키기 위한 것이지만, 이젠 국민연금마저 기업 지배를 위한 주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그 쓰임에 따라 기업의 국유화에 버금가는 효력을 발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770조 원의 현금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은 국내 대부분의 대기업을 대상으로 10% 정도의 지분을 확보, 2대 주주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논리라면 지분 확대를 통해 우리나라 3대 챔피언 기업인 삼성·현대·SK가 국민연금의 지배하에 들어갈 수 있다. 이 3개사의 국내총생산(GDP) 관련 매출은 358조 원으로 국내 제조업 전체의 67%에 해당한다고 한다.

그런 국민연금이 올 2월 금융감독원에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투자 목적을 변경했다. 대기업에 대한 경영 간섭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의사표시다. 국민연금 운영위원회가 중국 사기업에 포진해 있는 당위원회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는 이야기나 다름없다. 우리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은 금융기관의 기업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고 있으나 정부 지배하의 국민연금만은 이 같은 규정에서 예외다. 집권 세력의 기업 장악 노력이 마침내 성공을 거둔다면 국민연금도 이런 과정에 큰 몫을 담당한 것으로 기록될 것이다. 왜 그토록 중국을 닮고 싶어 하는지 수수께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