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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고민

대학생 딸과 고등학생 아들이 있는 엄마입니다. 딸은 걸핏하면 남동생만 위한다고 화를 냅니다. 아들이 어릴 때부터 아토피를 앓아서 먹는 것에 대해 더 신경 써준 것을 빼놓고는 똑같이 대했습니다. 오히려 제가 어렸을 적 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았기에, 내 딸만큼은 차별하지 않고 키웠습니다. 그런데도 이런 대우를 받으니 너무 억울하고 딸이 미워집니다.

상대 마음 바꾸려 하지 말고… 딸의 말 경청하고 인정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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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루션

흔히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 없다는 말처럼 많은 부모는 자녀를 차별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아프지 않은 손가락은 없어도 더 아픈 손가락은 있지 않을까요? 자식을 편애하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똑같습니다.

2005년도 미국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 캠퍼스 연구팀은 384쌍의 형제자매를 둔 가족을 심층 면담한 적이 있습니다. 그 결과 아버지의 70%, 어머니의 65%는 자녀 중 한 명을 선호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든 부모는 더 끌리는 자녀가 있기 마련인 것입니다. 이는 아무리 표시를 내지 않고 똑같이 해주려고 해도 감출 수 없습니다.

아이들은 부모가 다른 형제자매와 자신을 어떻게 대하는지 그 세심한 차이를 귀신같이 알아냅니다.

어머니는 둘째가 아프니까 좀 더 신경 써준 게 당연하다고 느끼지만 첫째는 그것을 사랑이나 관심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물론 부모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사랑에 너무 예민합니다. 많은 아이는 부모의 편애를 보며 자신은 덜 사랑받았다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 사랑받지 못했다고 느낍니다. 인간은 동물 중에서 가장 애착 본능이 강하기에 ‘가장 사랑받는 자녀’가 되기를 원하고 그렇지 못할 때 깊은 좌절감이 새겨지는 법입니다. 이는 낮은 자존감으로 이어지고, 심한 경우 괜찮은 사람이라는 느낌을 위해 애정을 갈구하는 사람으로 자랄 수도 있습니다. 성인이 된 딸의 마음에는 ‘사랑받지 못했다고 느끼는 아이’가 있습니다.

성질내는 것을 성격이 못됐다고 보지 마시고 ‘나는 사랑받지 못했어’라고 느끼는 딸의 마음이라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실제 부모에 대한 기억 중에서 가장 오래가는 게 ‘차별’에 대한 감정입니다. 심지어 여든 살이 돼도 잊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딸과 어떤 관계가 되기를 바라세요? 상대의 마음을 바꾸려고 하지 않고 상대의 감정을 존중할 때 갈등은 풀립니다. 엄마는 똑같이 잘해주려고 애썼지만 너는 그렇게 느낄 수도 있었겠다고 인정해주면 어떨까요?

인정하기 어렵다면 차별받은 어떤 기억들이 있는지 가만히 들어주는 것은 어떨까요? 아무쪼록 딸과의 관계가 잘 회복되기를 바랍니다.

문요한 정신과 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