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후원자만 51만명
年성금 1700억원 달해

이제훈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회장은 2010년 8월 회장에 취임해 10년 동안 재단을 이끌어왔다. 이 회장 재임 동안 어린이재단은 급속도로 성장했다. 취임 당시만 해도 12만6000여 명이었던 정기후원자가 현재는 51만 명으로 늘었다. 또 당시 600억 원이 채 안 됐던 연간 후원금도 현재는 1700억 원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이 회장은 “이런 성과는 전 직원들이 노력한 결과며, 그만큼 후원자들이 어린이재단을 신뢰한 덕분”이라고 겸손해했다.

―지난 10년간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가 있다면.

“어린이재단의 정체성을 확립한 점이 떠오른다. 어린이재단은 72년 동안 빈곤 아동을 돕는 일을 계속 해왔다. 물론 그 일도 중요하지만, 그 자체로는 정체성이 형성되지 않는다. 요즘 시대는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라기 위해선 무엇이 있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그래서 애드버커시(advocacy·옹호)가 중요하다. 아이들의 당면 문제를 해결해주고, 환경을 개선해주는 일이다. 어린이재단의 정체성을 아동옹호대표기관으로 정해 초미세먼지가 심각할 때는 ‘초미세먼지 줄여주세요’라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줬다. 또 ‘우리를 조금 더 놀게 해주세요. 너무 스트레스 받아요’라고 하면 놀이터를 만드는 캠페인을 전개했다. 이런 것을 주창하는 게 애드버커시다. 어린이재단이 아동옹호대표기관으로 자리매김한 것을 꼽고 싶다.”

그 외에도 이 회장이 추진했던 사업은 적지 않다. 이 회장의 취임 전에 전체 사업의 4%에 그쳤던 해외사업이 현재는 11%로 늘어났다. 해외사업의 영역을 확대하면서 세계에 ‘Child fund Korea’의 위상이 높아졌다.

―재단 운영 10년 동안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어린이재단 혼자서는 하기 어려운 일이 있다. 다른 기관이 같이 연대 협력해야 하는 일들이다. 전체적인 분위기와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 여러 기관과 같이하지 못한 게 아쉽다. 또 말로는 아이들을 생각한다고 하면서 실제로 실행되지 않는 정책에 대한 실망감도 있다. 예를 들면 아동학대를 줄이는 예산인 범죄피해자 기금이 있는데, 그 예산이 줄어들곤 한다. 어린이재단에 아동보호전문기관이 6곳 있는데, 업무 환경이 열악하다. 기관 직원들은 새벽 2∼3시에 신고를 받고 출동하는 경우가 많다. 또 학대 부모들이 기관 사무실에서 행패를 부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정부가 아동을 위한다고는 하지만, 현장을 보면 말뿐인 경우가 많아 아쉽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