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9일 “도널드 트럼프 정부와 이뤄낸 소중한 성과가 차기 정부로 잘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밝힌 것은 외교 역량이 얼마나 저급한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문 대통령의 취지는 3차례에 걸친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의 결과를 성과로 여기면서, 그런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좋게 해석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2개월 남짓 남았다는 사실을 배려한 발언으로 볼 수도 있지만, 조 바이든 후보의 당선을 축하하는 메시지로는 그 형식부터 매우 부적절하다. 격렬한 대립이 계속되는 만큼 앞으로의 협력을 당부하려면 지난 정부 얘기는 피하거나, 꼭 필요하면 별도로 하는 게 낫다. 외교에선 그런 형식(프로토콜)에 담긴 메시지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문제는, 문 대통령이 세 차례의 미·북 회담을 성과로 포장한 것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미 그런 회담들이 북한 독재정권에 정당성만 부여하고, 정작 북핵 폐기는커녕 검증단도 보내지 못했다는 등으로 강력히 비판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36년의 상원의원과 8년의 부통령 경력이 말해주듯 최고의 외교·안보 전문가로서, 이 분야에 관한 한 미 역사상 가장 준비가 잘 된 사람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트럼프-김정은 쇼 결과 확인된 것은 김정은의 비핵화 거부일 뿐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훈련을 중단했다. 미·북 회담으로 동맹 위기가 깊어진 셈이다.

설상가상으로, 문 정부는 바이든 측과 제대로 된 인적 네트워크도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국가안보실 1·2차장, 외교부 장·차관, 국립외교원장은 바이든 진영 핵심 인사들과 안면조차 없다고 한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바이든 당선인 및 핵심 측근 인맥을 꿰고 있다. 유능한 외교관들을 내치고 3류 인사들을 중용한 결과다. 강경화 장관의 수준만 봐도 알 수 있다. 외교 재앙을 더 키우기 전에 정책도, 인사도 바로잡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