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대검찰청 특수활동비를 윤석열 검찰총장의 ‘주머닛돈’이라고 감찰을 지시한 가운데, 추 장관도 약 100억 원 가량의 법무부 정보예산의 정확한 사용 출처를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가 검찰에 배정된 94억 원 가량의 특활비 중 10%를 되돌려 받아 사용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100억 원 가량의 정보예산도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9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추 장관의 특활비 감찰 지시는 자충수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올해 법무부에 배정된 특활비는 6억2500만 원 가량이지만, 법무부는 특활비를 추가로 받아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출입국 관련 부서에 배정된 방첩정보예산 93억5200만 원 가량 중 일부가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된다는 의혹도 나온다. 정보예산은 국가정보원 등과 함께 탈북자 귀국 업무, 국내 외국인 체류 질서 확립 등에 필요한 예산이다.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별도 심사 후 총액만 국회 의결을 거치는 ‘깜깜이 돈’이다. 올해 법무부 예산을 심사한 20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의원은 본지 통화서 “법무부 정보예산은 예결위 심사도 거치지 않고, 정보위에서 별도로 심사·편성되는 특활비”이라며 “만약 법무부가 목적에 맞지 않게 썼다면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또한 검찰에 배정된 특활비 중 10% 가량을 되돌려 받은 뒤 주로 장관실과 검찰국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가 사용하는 특활비 규모는 20억 원 가량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관계자는 “최근 법무부 한 간부가 직원들에게 수십만 원씩 돌렸다는 말도 있다”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선 해당 금액이 장관실 등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됐다는 의혹이 나온다. 실제 법무부 주변에선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 때부터 출입국 관련 부서에 배정된 특활비(정보예산) 가운데 일부도 장관실에서 써왔다”는 말도 나온다. 법무부가 정보예산을 과도하게 많이 배정받는다는 의혹도 나온다. 2017년 11월 당시 박 전 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검찰 활동이라는 것은 법무부에서도 공통으로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특활비를 검찰에서만 써야 한다는 것은 전제가 잘못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특활비 규모·사용 내역을 공개하라는 국회 요구를 거절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정보예산은 주로 국내 외국인 체류 질서 확립 사업 관련 조사·심사 직원들에게 매월 20만~25만 원 정액 지급하는데 쓰인다”며 “전부 해당 목적에 맞게 쓰이는지, 장관이 일부 가져다 쓰는 지 규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만약 법무부가 출입국 관련 부서에 배정된 정보예산을 전용한 것이 사실이라면, 법적인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다. 기재부 등에 따르면, 특활비란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외교·안보, 경호 등 국정수행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다. 여기에 맞지 않는 목적으로 집행·사용됐다면 국고 손실죄가 적용된다. 지난 8일 한 시민단체는 추 장관을 국고 손실 등 혐의로 대검에 수사 의뢰를 하기도 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정보예산을 포함해 특활비 배정과 구체적 내역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6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엔 법무부는 물론 모든 정부부처의 특활비 사용 내역을 공개하란 국민 청원이 올라왔다. ‘추미애 장관 뜻을 받들어 모든 정부 부서 특활비 내역 공개하라’란 제목의 청원엔 “윤 총장의 검찰 특활비를 지적한 것처럼 청와대를 비롯한 모든 정부 부서(부처)의 특활비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며 “추 장관도 우선 공개를 촉구한다”고 적시됐다.

염유섭 기자 yuseob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