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의 ‘정치수사’ 주장에 반박
법조계도 “불법 수사는 의무”

“감사원에서 보내온 수사참고자료를 보면 수사를 안 하는 것이 오히려 정치적 행위에 가깝다.”

여권이 탈원전 수사를 두고 “국가와 정부를 흔드는 명백한 정치 수사”라고 맹비난을 쏟아붓고 있는 데 대해 “조직적인 증거 인멸 의혹에 대해 수사를 하지 않으면 검찰이 직무유기를 저지르고 정치 행위를 하는 것”이라는 반응이 검찰 안팎에서 이어지고 있다.

9일 문화일보 취재에 따르면 여권은 이날도 “탈원전 정책은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핵심 정책인데 이에 대한 강제수사는 검찰이 정부 정책 영역에까지 영향을 미치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벌어진 정황이 명백하다면 이를 수사하는 것이 검찰의 의무”라는 견해를 내놓는다. 순천지청장을 지낸 김종민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여당의 주장대로라면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도 정책 영역일 텐데 어째서 검찰에 적폐청산의 이름으로 탈탈 털어 수사하도록 했는지부터 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달 감사원은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가 부적절하게 저평가됐다”는 내용의 감사 결과를 발표한 직후 대검찰청에 먼저 참고자료를 보내왔다. 이미 공개된 200쪽 분량의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 점검’ 감사 보고서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의 방대하고 구체적인 참고자료 내용에 되려 검찰이 당황했을 정도였다. 결국 검찰 수뇌부에서는 “아무리 검찰총장이 현 정권과 각을 세우고 있다지만 법리검토까지 모두 이뤄진 감사원 자료까지 받아놓고도 이를 덮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청부수사고 직권남용”이라는 결론이 별 이견 없이 선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날 오후 충북 진천 법무연수원을 다시 방문해 신임 차장검사들을 상대로 한 강연에 나선다.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독직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진웅 차장검사는 이날 교육에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희권·윤정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