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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미국 제46대 대통령 당선이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5일 밤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 언론기관 폭스뉴스에서도 당선을 가정한 그의 경제정책과 미국의 경제 전망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이로써 대선 유세 기간에 밝힌 그의 외교 구상도 유의미해졌다. 그의 중국 정책은 미국의 이념과 가치 위에 수립될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지배를 받을 것이다. 따라서 그의 당선은 미·중 관계가 ‘신냉전’시대로 돌입함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바이든의 중국에 대한 전략 구상의 기조는 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그 출발선이 다르다. 트럼프는 중국 공산당 지도자와의 ‘관시(關系·인맥)’로 개인의 이득과 미국의 국익을 취하는 데 집중했다. 미국의 가치와 이념이 이에 희생되는 것은 그에게 무관했고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또한, 신장위구르족과 홍콩인을 포함한 중국인의 인권과 자유의 문제를 중국의 내정 문제로 인정하면서 언급하는 것조차 거부했다.

그러나 바이든은 트럼프와는 본질적으로 다르게 중국을 상대할 것이다. 그의 구상은 2019년 뉴욕시립대학의 연설과 올해 3, 4월호 ‘포린 어페어스’에 게재된 ‘왜 미국이 다시 리드해야 하는가’ 제목의 기고문에서 드러난다.

첫째, 그의 대(對)중국 정책의 근본은 미국의 민주주의 이념과 자유의 가치에 있다. 이는 미국의 세계 전략 목표가 세계 자유민주주의 질서의 수호라는 사실을 새삼 상기시켜 준다. 중국이 자유의 가치와 민주주의의 이념에 반하는 행동으로 국제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를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건한 결의를 강력하게 드러내 보인 대목이다.

둘째, 중국 인권 문제의 개선이 전제된다. 신장위구르족 및 티베트와 홍콩 문제에 있어 그의 입장은 노골적으로 강경하다. 특히, 홍콩 국가보안법이 발효된 상황에서 중국 내의 미국인과 미국 기업의 권리 및 권익 보호가 이런 전제의 충족 없이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그의 논리다. 이런 의미에서 그는 취임 첫해 미국에서 처음으로 ‘민주국가 정상회의(The Summit for Democracy)’를 개최할 것을 선언했다. 지난 2018년에 개최된 이래 문재인 정부가 왜 단 한 번도 인사를 파견하지 않았는지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셋째, 다자주의로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의지 또한 확고하다. 바이든에게 다자주의는 두 가지 의미다. 하나는 국제기구의 활용(WTO)과 복귀(WHO, 파리기후협약, 이란 핵협정 등)이다. 다른 하나는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과 ‘뜻을 같이한(like-minded)’ 국가와 연합하는 것이다. 특히, 후자를 통해 중국에 압박을 가하고 최악의 경우에는 고립마저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것이 그의 다자주의 전략의 핵심이다.

바이든은 중국과의 ‘신냉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미국 상원의원으로 36년, 부통령으로 8년 활동하는 동안 외교 전선의 최전방에서 중국을 직접 상대했다. 중국 개혁·개방 40년 동안 중국의 WTO 가입도 지지하면서 그 역시 중국의 변화를 기대했었다. 그런 외교 노장에게 중국이 자유민주주의 질서의 근간을 흔들려는 배은망덕한 처사는 용납될 수 없다. 자유의 가치와 민주주의 이념을 존중하는 대한민국이라면 미·중 ‘신냉전’시대의 선택은 자명하다.